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달 말 만기인 6000억원의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해 달라고 한 두산중공업의 요청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은 21일 각각 신용위원회,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되는 과정에 불협화음이 나오자 채권단이 추가 지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금융지원은 ‘마이너스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쓰는 한도대출 형식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하는 등 한도대출 8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었다.
수은은 확대여신위에서 두산중공업이 2015년 발행한 5억 달러(약 6148억원) 외화채를 대출로 전환하는 건도 통과시켰다. 수은은 해당 외화채 발행 때 지급보증을 섰었다. 외화채 만기는 이달 27일로 두산중공업이 올 상반기 갚아야 하는 차입금 중 가장 규모가 커 회사의 골칫거리였다. 수은 관계자는 “외화채를 1년 이내 만기의 5868억원 규모 원화대출로 전환키로 했다”며 “추가 지원보다는 만기 연장과 같은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이와 별개로 연내 4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이미 1조원을 지원한 바 있는 산은과 수은이 실사를 거친 뒤 상반기 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산은, 우리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보유 주식을 공동 매각(M&A)하기로 이날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채권단이 6874억원의 채무를 출자 전환해주는 과정에서 최대 주주가 한진가(家)에서 산은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흑자 전환하는 등 어느 정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자 매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