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수출 절벽’이라는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20일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26.9%나 급감했다. 국내 주력 산업의 실적이 저조한 것은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수출의 버팀목으로 불린 반도체가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한데다 자동차부품이나 석유제품 등은 아예 실적이 반토막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멈추며 발생한 수요 부족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 국 가운데 코로나19 우려에도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수요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 실적 악화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 때까지 수출 기업이 버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세청은 지난 1~20일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26.9%(79억9000만 달러) 급감한 217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기간의 조업일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2일 적다는 점을 고려해도 낙폭이 크다.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16.8%(3억 달러) 감소한 15억 달러에 그친다. 다음 달 1일 발표되는 4월 수출액은 지난해 11월(-14.5%) 이후 4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주력 품목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수출액의 17.2%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14.9% 감소했다. 자동차부품과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8%, 53.5%나 급감했다.
대외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모두 수출액이 17.0%, 17.5%씩 줄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32.6%나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당 국가들 곳곳에서 봉쇄 정책이 시행되며 경제가 멈춰선 탓이다. 글로벌 수요 감소는 국제유가를 아예 마이너스로 끌어내리기까지 했다.
이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교역량이 전년 대비 11.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관련 업계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업계는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32조원가량의 신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수 진작을 위한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을 건의했다. 각종 세금 납부 기한도 6~9개월 연장해 달라고 덧붙였다. 성 장관은 “자동차산업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관계 부처와 함께 지원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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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신준섭 기자, 박구인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