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AI 구현에 최적… 진화된 정보탐색·문답 서비스 주력”

입력 2020-04-24 10:00 수정 2020-04-24 10:00
엔씨소프트 자연어처리(NLP) 센터 이연수 실장은 지난 1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회사의 고유 미션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처럼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인공지능(AI)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게임은 인공지능(AI)이 발현되기에 더없이 완벽한 공간입니다. 물리적 변수가 많은 현실 세계와 달리 게임은 콘트롤 가능한 가상 세계의 토대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AI를 의도대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모두 기록되고 데이터가 쌓이는 것도 게임의 강점입니다.”

엔씨소프트 자연어처리(NLP) 센터에서 언어 AI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연수 실장은 지난 17일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면 게임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실장은 “회사의 고유 미션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과 같이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AI를 개발했으면 좋겠다”면서 “엔씨 AI 연구 조직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택진 대표의 AI 연구개발 참여에 대해선 “AI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방향성이나 실제 기술을 어디에 쓸지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사에서 이만큼 큰 AI 연구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서비스된다. AI 기술이 적용될 훌륭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엔씨에서 AI 연구가 시작된 지 9년 정도 됐다. 현재 AI 조직의 전문 인력은 150명 정도 된다. 게임사로는 상당히 큰 규모인데, 구글의 대화형 인공지능 언어모델 ‘버트(BER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세트를 조직 내에서 모두 확보하고 있다. 학회에서의 발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비스나 기술의 측면에서 AI의 가능성을 봤다.”

-엔씨에서 AI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목적은

“AI는 게임 개발과 게임 서비스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게임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보통 게임 개발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편이다. 장르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위주라 더 그렇다. AI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택진 대표가 AI 분야에는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AI 연구개발은 김 대표 직속 조직이다. 2014년 AI 랩(lab)이었을 당시 매주 한 번씩 세미나를 했는데, 그때부터 김 대표가 참여해왔다. 김 대표는 세분화된 레벨에서의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자연어를 예로 들자면 AI가 대화를 하기 위해 자연어 이해, 생성, 감정인식 등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방향성이나 실제 기술을 어디에 쓸지에 대해서 의견을 내고는 한다. 큰 의사결정은 대표가 직접 하지만 게임 등에 적용하는 것은 대표를 비롯해 사업, 개발조직과 함께 논의해 결정하고 있다.”

-NLP 센터가 별도 센터로 분화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언어 AI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언어 AI와 NLP는 용어적으로 혼용해 사용되고는 한다. 사람들이 ‘AI’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술이기도 하다. ‘말로 하는 AI’는 간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판단해 회사에서 별도의 센터를 구성했다. NLP센터는 기술 조직으로서 상당히 진화된 형태다. 기술별로도 상당히 세분화돼 있다.”

-NLP 센터의 기술적 성과들은

“2018년 출시한 AI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가 대표적이다. 페이지에서 대화 기술이라든가 텍스트 요약 기술, 텍스트 자동 생성 기술이 기술 성과다. 앞으로는 뉴스쪽에서도 여러 형태로 언어 AI 기술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쪽에도 언어 AI 기술이 녹아 있다. 게임 게시판 분석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용자가 게시판 정보탐색을 원활히 하도록 해시태그를 추천해주고 정보들이 원활히 흘러가서 이용자에게 도달하도록 언어 AI가 도와주고 있다. 이용자가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봇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또한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토리로 만들어 편지 형식으로 발행하는 내러티브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관전하는 재미, 커뮤니티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중점적으로 개발 중인 언어 AI 기술이 있는지

“대화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용자가 대화창에 말을 하면 AI가 답변을 하는 기술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묻고 답하거나 콘텐츠를 전달하고 감정을 간단히 표현하는 정도의 대화는 ‘페이지 2.0 Talk’에서 선보였다. 사람에 비하면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다. 올해는 좀더 지능적인 대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화를 할 때 이전에 한 말이 반영되지 않아 계속해서 완성된 문장을 적어야 AI가 알아듣는 게 보통인데, 앞으로는 AI가 문맥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스토리를 생성하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다. 생략하거나 복원하는 것은 매우 고도화된 기술이다. 이를 통해 훨씬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 AI가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스며들까

“현재도 많은 지식들이 언어화돼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데이터와 지식을 신속하고 빠르게 얻는 건 어렵다. 미래에는 언어화된 정보가 자동으로 결합돼 신속하게 공급되는 시대가 올 거다. 더 나아가 나의 지식 상태를 AI가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지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적합한지까지 자동으로 매끄럽게 제시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비게이션이나 자율주행 같은 게 좋은 예시다. 우리 주변의 데이터나 현상을 애써 찾아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추상화되어 바로 내 머리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나 5G 같은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AI와의 시너지는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AI의 가능성과 전망, 앞으로의 목표를 얘기한다면

“게임은 AI가 발현되기에 더없이 완벽한 공간이다. 물리적 변수가 많은 현실 세계와 달리 게임은 콘트롤 가능한 가상 세계의 토대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AI를 의도대로 구현할 수 있다. 정보가 모두 기록되고 데이터가 쌓이는 것도 게임의 강점이다. AI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게임 회사지만 게임을 도와주는 AI뿐 아니라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는 AI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편리한 기술이 됐으면 한다. 노동, 환경, 복지 등에 도움을 주는 AI가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회사의 고유 미션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과 같이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AI를 개발하고 싶다.”

글·사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