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연가보상비 삭감, 靑·국회 등 힘있는 곳 빠져 ‘차별’ 논란

입력 2020-04-22 04:07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방편으로 ‘공무원 연가보상비 전액 삭감’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는 일부 부처가 제외돼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신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표면상 일부 부처만 대상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발단이 된 것은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이하 연구소)가 21일 발표한 보고서다. 연구소는 지난 16일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자의적 기준에 따라 특정 기관 공직자들의 연가보상비만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정부의 2차 추경에 따라 올해 예산에서 인건비가 줄어든 중앙 행정기관은 기재부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 총 20개 기관이다. 반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 국회,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34개 기관에 대해서는 인건비 삭감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나 국회, 감사원 등 힘 있는 기관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됐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활약해온 보건복지부 등은 삭감 대상으로 명시되자 관가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일부는 “정부 안에서조차 코로나19 상황에 고생한 공무원과 권력기관 공무원을 차별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차 추경안을 발표하며 “코로나19 사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무원의 적극적 참여가 불가피하다. 전 공직사회 공무원들이 양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연구소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과 전혀 상관없는 지출 삭감으로 질병관리본부와 지방 국립병원 등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애쓰는 공직자의 사기만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논란이 가열되자 “신속한 국회 심사 및 통과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고려해 연가보상비 감액 부처를 최소화한 것”이라며 “인건비 규모가 크고 다른 재정사업이 추경안에 포함된 중앙행정기관만 대상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부처 소관 사업이 삭감된 부처 위주로 인건비 삭감 대상이 선정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합리적인 기준 선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정부 안에서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나머지 기관의 연가보상비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예산집행지침을 변경해 실제 삭감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와 별도로 지침을 바꿔 예산 집행을 조절한다는 것 자체가 국회 심의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세종=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