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이스라엘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재판이 연기된 상황에서 5선에 성공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 합병안을 거론해온 만큼 향후 강경한 중동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집권 보수 리쿠드당의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정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새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코로나19 ‘비상내각’을 꾸리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8개월 동안 먼저 총리직을 수행하고 간츠 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게 된다. 네타냐후의 총리 재임기간은 14년가량으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다.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99년까지 총리를 지냈으며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해 왔다.
이스라엘에선 2018년 12월 연정 붕괴로 의회가 해산한 뒤 1년4개월 동안 정국 혼란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4월과 9월에 총선이 치러졌으나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모두 연정을 꾸리지 못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도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권을 받았지만 연정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안보문제에 관해 보수 성향이 일치하는 새 연정은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정책에서 강경책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합의한 내용에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이 있는 요르단강 서안의 일부를 합병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핵심으로 이스라엘이 합병에 나설 경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는 29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다.
무함마드 쉬타예흐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새 연정의 요르단강 서안 합병안은 평화에 대한 희망을 깨뜨리고 이른바 ‘2국가 해법’을 끝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2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연정은 두 개의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면서 “하나는 부패 혐의로 권력을 위협받는 것,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의 통치권을 팔레스타인까지 넓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코로나19로 다음 달 말 이후로 재판이 연기된 상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