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김정은, 비만·심혈관계 질환도 ‘3대 세습’

입력 2020-04-22 04:01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부터). 북한을 통치해온 이들 3대는 모두 비만 체형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고, 김정은 위원장도 나쁜 건강 상태를 짐작케 하는 징후를 보였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과도한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 탓에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돼 숨졌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당시 체중이 90㎏ 안팎이며 신장은 170~172㎝ 정도로 추정됐다. 이 시기 김 위원장은 지금과 다르게 피부가 하얗고 목소리도 맑은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스트레스에 따른 폭식과 폭음으로 집권 2년 만인 2014년 체중이 120㎏으로 불어났으며 2016년에는 1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시기 김 위원장은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해 고위 간부 상당수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권력 기반을 다지던 때였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김씨 일가와 가까운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2016년 평양 방문 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하룻밤 사이 보르도산 포도주 10병을 마셨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그와 만나기 며칠 전에 폭음한 탓에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는 술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애연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시절인 10대 때부터 담배를 즐겼으며 집권 이후에도 회의석상이나 지방 시찰 현장에서 담배를 문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신무기 개발에 공을 세운 간부들에게 ‘맞담배’를 허용하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북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조언하자 리설주 여사가 “항상 끊으라고 부탁하는데 말을 안 들어준다”고 맞장구를 치는 일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던 당시에도 나쁜 건강 상태를 짐작케 하는 징후를 보였다. 의장대를 사열하고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도중에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북 정상 공동기자회견 때도 연설 도중 호흡이 거칠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5월 왼쪽 발목 복사뼈에 낭종(물혹)이 생겨 해외 전문의를 초빙해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비만과 폭음, 폭연 등 나쁜 생활습관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의료진은 수술 이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모두 심근경색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 생활습관과 체형, 기질 등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김 위원장도 유사한 질병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일성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다 심장에 무리가 온 게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역시 아버지로부터 심장질환을 물려받은 데다 폭음과 폭식, 폭연으로 당뇨병, 간질환, 만성신부전증 등 여러 질병을 앓다가 69세로 숨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