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진 차우찬의 6구째 볼이 유강남의 포수 글러브에 강하게 꽂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올 시즌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삼진이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선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2020시즌 프로야구 첫 번째 연습경기가 치러졌다. 경기에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뉴 노멀(새로운 표준)’에 적응하기 위한 선수들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매뉴얼에 따라 맨손 하이파이브나 악수 등의 접촉 자제가 권고됐고, 경기 중 침을 뱉는 행위도 금지된 상태였다. 무관중 상황도 적응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그라운드는 고요했다. ‘퍽’ 하고 볼이 꽂히는 묵직한 소리, ‘딱’ 하고 배트에 볼이 맞는 청량한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어이” “끝까지 해” 같은 소리나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심판의 고함 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이미 자체 청백전을 무관중으로 치러왔던 선수들은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관중이 들어찬 정상적인 상황보단 집중도가 떨어져 보였다. 두산 선수들은 4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2대 5로 LG에 패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관중이 없으니 산만한 것 같다”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이파이브를 자제해야 하는 선수들 모습도 어색해 보였다. LG 유강남은 1회초 수비를 마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포수 미트를 낀 손을 잠시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5회말 1사 2, 3루 LG 김호은의 좌익수 앞 안타로 홍창기가 홈 플레이트를 밟았을 때도 마찬가지. 홍창기는 다음 타석을 위해 대기하던 채은성과 손을 들었다 내리는 ‘원격 하이파이브’를 했다. 몸에 밴 습관 탓에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보였다. LG 외인 라모스는 타석에서 투수의 투구가 꽂힐 때마다 침을 뱉었다. LG 관계자는 “경기 전 미리 이야기를 해줬는데 아무래도 ‘루틴’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주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도 분주했다. 코칭진과 심판들은 경기 중에도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선수들을 지도하고 판정을 내렸다. 방수포를 걷어내고 마운드를 정리하는 구단 관계자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마스크를 내리지 않았다. 경기장 메인 통로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다. 전상열 잠실구장 보안팀장은 “선수와 외부 인원의 동선을 구분하기 위해 설치했다”며 “출입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자가진단표도 작성하도록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감독들은 오랜만의 경기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류 감독은 “경기보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야구뿐 아니라 일상생활이 잘 돌아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다음 달 5일까지 3경기 정도 더 (연습경기를) 잡는다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충분히 준비한다면 정상적인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수원 KT 위즈 파크에선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 경기가 열렸다. KT 선수들은 ‘엉덩이 박치기’로 하이파이브를 대신했다. KT 5번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2회말 무사 1루 때 투런 홈런을 때린 뒤 홈플레이트로 들어와 다음 타순에 기다리던 황재균과 엉덩이를 부딪쳐 홈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KT 선수들은 4대 2로 승리를 확정한 뒤에도 마운드 주변에 모여 서로 엉덩이를 부딪쳤다.
이동환 기자 수원=김철오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