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지만 시장은 예상과는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지난 1분기 내내 집을 내놓는 대신 증여를 늘려 과세 부담을 피했다. 주택시장의 큰손이었던 3040세대의 주택 거래는 위축되고 있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원인별 분류 중 증여는 987건이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 1월 1632건으로 최고조에 달한 뒤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매매 거래량의 10%를 넘어설 정도로 많다.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만 지난해 11월에 비해 2배가 넘는 382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증여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강화를 예고한 후 늘기 시작했다. 양도세보다 더 많은 증여세를 내더라도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버텨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다 보니 세 부담이 커진 강남 일대 고가주택에서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강남4구에서만 서울 전체 증여 건수의 절반이 넘는 897건이 발생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수의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이미 올해 초 매도와 버티기 중에 선택을 끝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증여가 급증한 1월 강남4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하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버티기에 들어갔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인한 매매 감소는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던 3040세대가 아파트 매매를 줄였다. 지난달 30대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1만7371건으로 전월(2만1106건) 대비 4000건 가까이 감소했다. 40대도 지난달 2만989건의 거래량을 기록해 전월 대비 4000여건 줄었다.
3040세대는 여전히 전체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오름세를 거듭하던 2월까지 추세와 비교하면 다소 갑작스러운 내림세다.
대출 없이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운 3040세대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 하향 등의 대출 규제와 주택 매입자금 출처조사 등 규제 강화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렙장은 “30대는 부모가 증여한 것으로 집을 산 경우도 많았을 텐데 정부가 최근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거래가 줄었을 수 있다”며 “3040세대가 그동안 서둘러 구매했던 게 가격이 너무 빨리 올라 불안했던 것인데 거래가 줄면서 관망하자는 심리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