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부드럽게, 때론 절박하게… 흔들림 없는 ‘정은경 입’

입력 2020-04-22 05:15 수정 2020-04-22 17:39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석 달이 지났다. 한때 하루 900명까지 치솟았던 신규 확진자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초심으로 돌아갈 때”라고 호소한다.

국민일보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약 한 달간 정 본부장이 브리핑에서 밝힌 당부사항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 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는 국민을 다독이면서도, 느슨해질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경고 수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확진자가 줄어들수록 정 본부장의 호소는 더 절박해졌다.

지난달 22일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첫날이었다. 방역 당국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밀집시설에 운영제한 조치를 내렸다. 코로나19가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뻗어 나가자 입국금지가 해답이라는 여론도 들끓었다. 정 본부장은 “향후 2주간 집중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정 본부장은 국민을 격려했다.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감수하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당장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을 때였다. 대구 제2미주병원에선 하루 새 62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대구 2차 유행설’까지 나돌았다. 정 본부장은 “국민이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 격려가 필요하다”고 다독였다.

달이 넘어가도 사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전 세계 해외 입국자 방역망에서 무증상 감염자를 중심으로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당국은 지난 1일 모든 입국자에 대한 2주간 강제 자가격리 조치로 더 촘촘한 그물망을 폈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입원 환자가 확진되면서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마저 언급됐다. 정 본부장은 침착하게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율이 90% 이상이었다. 위기 시에 빛을 발하는 연대의식에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격려의 리더십’을 내세우던 정 본부장의 태도가 차츰 달라지기 시작한 건 지난 6일부터다. 이날은 신규 확진자가 46일 만에 50명을 밑돈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되레 인구이동량이 늘고 있다는 통계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코로나19는 언제든 폭발적인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총선을 앞둔 지난 13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정 본부장은 “유럽에선 의료시스템도 붕괴됐다”며 “국내에 여전히 2800여명의 확진자가 격리 치료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의 경고는 2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던 지난 19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61일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생활방역 이행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됐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강남역에 사람이 많아 걱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지인의 문자를 소개했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선명한 의료진의 얼굴을 떠올려 달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 조절은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겨울철에는 2차 대유행이 덮칠 수 있다.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브리핑을 마쳤다. 신종 감염병과의 장기전에서 승리하려면 방역 주체인 국민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메시지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