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과장’ 정세균, 경제통 총리에서 방역 현장사령탑으로 변신

입력 2020-04-22 04:06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국무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정 총리는 “고용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관계 장관들에게 “비상한 각오로 민생경제의 근간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윤성호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 총리는 취임 1주일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방역 현장의 야전사령탑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 해결형 리더십’으로 코로나19 방역을 매끄럽게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14일 취임 일성으로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실물경제인 출신에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력을 국정 운영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였다. ‘경제통’ 총리 등판으로 문재인정부 후반기 핵심 국정 과제인 경제 활력 제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런데 며칠 만에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됐다. ‘경제 사령탑’ 역할 대신 ‘코로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은 것이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현장 시찰에서 한 상인에게 “손님이 적어 편하시겠네”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대구로 직접 내려가 3주간 대구·경북 지역 방역을 진두지휘하면서 관록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차근차근 조율해 해결하는 리더십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군과 지자체를 설득해 부족한 병상을 확보했고, 경증 환자를 격리·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 시설도 직접 섭외했다. ‘마스크 대란’으로 각종 대책이 난립하자 ‘마스크 5부제’를 꺼내 들어 상황을 종식시켰다. 마스크 수급 상황 등을 꼼꼼히 챙긴 것 때문에 그에겐 ‘마스크 과장’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호된 질책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현장을 이끄는 게 정 총리의 업무 스타일이다. 정 총리는 부하 직원들에게 부드럽게 접근해 상부 보고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부담이 줄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공무원에게 제일 어려운 건 보고 아니겠느냐”며 “정 총리가 사람을 편하게 해줘서 보고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전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한 자릿수로 줄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가면 경제통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매주 일요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용 안정과 수출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목요 클럽’을 통해 각계각층 대표들을 만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변화를 대비할 계획”이라며 “경제 총리로 취임한 만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