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역 도구 된 ‘온라인’ 성장이냐 위축이냐

입력 2020-04-22 00: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놨다. 변화의 핵심은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였고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이 빠르게 확산됐다. 실시간 예배 중계, 드라이브 스루 예배,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다음세대 신앙 교육 등 한국교회의 미디어 활용 사역은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와 함께 오프라인 예배와 모임 준비가 가속화되면서 한국교회는 갈림길에 봉착했다. 현장 사역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발견한 ‘온라인’이란 도구가 사역 환경에 따라 ‘빛’과 ‘그림자’로 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빛이 된 온라인 선교

분당우리교회 고등부 교역자들이 ‘달리기’를 모티브로 신앙생활을 재치 있게 표현한 유튜브 콘텐츠. 유튜브 캡처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청소년부 교역자들이 공원에 모여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준비운동을 한다. ‘달리기 운동 전무, 숨쉬기 운동 30년’ 경력을 가졌다는 교역자가 해설을 맡아 선수를 소개한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드론 카메라가 생생하게 전달한다. 시합이 끝나자 한 부목사가 빌립보서 4장 13절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도 바울이 ‘우리의 신앙은 달리기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우리의 목표인 부활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갑시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온라인 사역을 해 온 교회에는 이번 사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역의 틀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환경에 더 익숙한 학생 성도를 섬기는 교회학교 교역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온라인 예배 외에도 ‘먹방’ ‘목회자의 일상 브이로그(VLOG)’ 등 다양한 콘텐츠로 성도를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일학교 교역자들은 평일 심방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최근 유행한 ‘400번 저어 만든 달고나 커피’를 만들며 학생들과 소통한 라이브방송이 대표적이다. 과거 여러 콘텐츠를 시도하고 실패해본 경험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돼 뻔한 묵상 콘텐츠가 펀(fun)한 푸드 묵상 콘텐츠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작은예수TV’ 채널을 운영하는 김평화 물댄동산교회 전도사(가운데)가 유튜브 ‘먹방’을 하며 학생 성도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경기도 과천 물댄동산교회(이명환 목사)에서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김평화 전도사는 지난해 7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심방 브이로그’ 등을 올려왔다. 온라인 예배를 시작한 후에는 성경에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는 먹방 콘텐츠, 예배 후 말씀에 대해 소통하는 라이브방송 등 콘텐츠 다양화에 주력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온라인콘텐츠에 대한 성도들의 호응이 버팀목이 됐다.

어둠 속 발견한 빛, 그림자 될까

서울 A교회 청년부를 맡은 B목사에게도 코로나19 사태는 위기 속 기회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교회에서 모이는 예배를 멈추게 되자 온라인 환경으로 성도들을 모이게 하는 사역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B목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면서 교회 안에 ‘온라인 사역은 일시적 대체재였으니 이전처럼 오프라인 사역 중심으로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B목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미디어를 활발하게 활용해 온 교회들은 새로 발굴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반면, 이제 막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하기 시작한 교회들은 교역자들이 기존의 주중 사역, 주일 준비, 교회 공통 사역 등을 다시 맡아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사명 페이’도 문제다. B목사의 경우 영상 편집에 관심 있는 대학생 성도와 협업하며 콘텐츠를 만들어왔지만, 온라인 개강을 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편집을 맡기긴 힘들다. 교회 외부에서 편집자를 고용하자니 비용 부담이 크고 교회에 재정을 요청하자니 코로나19로 잔뜩 위축된 교회 사정 때문에 녹록지 않다.

B목사는 “온라인 미디어를 도구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며 이제 막 선교의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는데 최근 2개월여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포스트코로나, 사역환경 재편 필수

C교회 중등부에서 사역 중인 D목사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발표했는데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라며 “교회로 와서 예배를 드리라고 안내하는 게 아니라 성도가 있는 곳에 예배 콘텐츠가 찾아가는 시대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교회가 미디어 선교에 대한 인식 전환, 미디어 선교 전문화를 위한 역할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분당우리교회 E목사는 “교회 내 리더 그룹의 지지가 온라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던 배경이었다”며 “미디어 선교를 전담하는 교역자와 다음세대가 결합하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사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것도 숙제다. 김 전도사는 “좋은 장비도 아니고 편집도 할 줄 몰라 처음에는 헤맸지만, 아이들 반응이 좋으니까 계속하게 됐다”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온라인이라는 도구로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기영 양한주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