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유가폭락 후폭풍 심상치 않다

입력 2020-04-22 04:05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기름이 남아돌면서 원유 저장 공간이 없어 더 이상 보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웃돈을 줘서 내보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아예 실종된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까지 겹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후폭풍의 상징적인 현상이다. 실물 경제 상당부분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석유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이동 제한으로 마비 상태나 다름없는 전 세계 항공망은 물론 많은 공장들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산유국들의 감산(減産)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가 폭락세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가 폭락은 전 세계 석유산업의 위축을 불러오고, 특히 생산 단가가 높은 미국의 셰일석유산업을 파탄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20달러대 저유가가 몇 달간 지속되면 미국은 물론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모두 버티기 힘들어진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낮은 원유 가격은 가계·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 위축에 따른 악영향이 훨씬 더 크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국내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아예 씨가 말랐고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 등을 뺀 것)이 크게 나빠진 정유업계도 휘청대고 있다. 코로나발(發) 유가 폭락 후폭풍에 철저히 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