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저소득층만 준다더니… 액수 줄여 전국민 113만원 지급

입력 2020-04-21 04:02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모습.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오는 5월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의 현금을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일 오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 경제대책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7일 통과됐던 원안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감소한 저소득층에 한정해 가구당 30만엔씩 나눠주는 것이었으나 수정안은 지급 액수를 줄이되 그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시켰다. 10만엔 지급 대상에는 자국민은 물론이고 3개월 이상 체류 자격이 있어 기초자치단체에 주민으로 신고한 외국인도 포함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열린 정부·여당 정책간담회에서 “하루 속히 국민 수중에 (10만엔씩) 지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일 외국인을 포함해 일본 총인구는 지난해 10월 기준 약 1억2616만7000명이다. 1인당 10만엔씩 지급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약 12조6000억엔(약 142조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일본의 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의 사업규모는 기존 108조2000억엔(약 1225조원)에서 117조1000억엔(약 1325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현금 지급분이 포함된 세출 부담분은 25조6914억엔(약 290조원)으로 원안을 시행할 때와 비교해 약 8조8857억엔(약 100조원)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세출 증가분 전액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저소득 가구에 30만엔을 지급하는 안은 대상자 선정 기준이 복잡한 데다 5800만 가구 중 수혜 대상인 1000여만 가구에 그쳐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아베 내각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해가며 이례적으로 원안을 수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국가부채를 키우고 재정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무부처인 총무성은 접수 시작일로부터 3개월 동안 우편과 온라인 신청을 받아 지정 계좌에 임금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관할 지자체 창구를 통한 오프라인 신청·수령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상점가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엔, 개인 사업자에게 최대 100만엔을 주기로 한 종전 계획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일본 국민들이 현금을 받는 시점은 일러도 다음 달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NHK방송 등은 “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을 담은 2020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심의 일정을 고려하면 5월 중 현금 지급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예산안이 상·하원인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5월 1일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오는 27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긴급대책을 위해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서 2025년 회계연도에 기초 재정수지를 흑자로 바꾼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게 됐다. 2002년 기준 600조엔 수준이던 일본의 국가부채는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재집권하면서 펼친 확장적 재정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2017년 1000조엔을 돌파한 상태다. 아베 총리 집권 내내 가파른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