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꾸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민당 역시 별도 교섭단체로 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서둘러 원칙대로 할 뜻을 밝힌 것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민당과 합당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한국당과 상관없이 저희대로 합당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추후 구체적인 일정이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당초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면 시민당과 합당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시민당 역시 민주개혁시민 진영의 정당 비례대표 후보들을 담아내는 ‘플랫폼 정당’을 표방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교섭단체로 남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좀 더 두고 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당에서는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을 견제하기 위해 시민당이 교섭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민당의 우희종 대표도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당의 존재 이유인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면 총선 후 해체로 돼 있는 당규 변경을 할 수 있다”며 “그(당규)보다 검찰 개혁이 저희의 출발 취지이고, 대표적 사례가 공수처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내 교섭단체는 민주당과 통합당 2개로만 구성돼도 야당인 통합당이 2명을 추천하게 된다. 여기에 한국당이 추가로 생기더라도 통합당과 한국당이 1명씩 추천해야 한다. 결국 어찌됐든 야당 몫은 2명이 되는 셈이어서 통합당으로선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민주당은 판단했다.
민주당은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런 상황을 점검한 뒤 원칙대로 하면서 한국당이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옳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설훈 최고위원도 “선거가 끝났으니 정상 상태로 가야 한다”며 “야당이 국민 뜻에 벗어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순리의 정치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한국당이 교섭단체를 끝내 구성해 원내 상황이 ‘1여 2야’ 구도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원내 운영 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