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온라인 개학’ 학부모·교원단체, 제 점수는요~

입력 2020-04-21 04:21

초등학교 1~3학년이 20일 온라인 등교를 시작하면서 540만명에 달하는 초·중·고 모든 학년이 원격 수업을 받게 됐다. 학교 현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교육 당국을 비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보완할 부분을 찾아 공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날 “원격 수업은 고육지책이나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전체적인 로드맵 속에서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고, 학교와 학부모가 긴밀하게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는 발판으로 삼아 달라고 주문했다.

학부모들은 주로 초등 저학년이나 맞벌이가정, 조손가정, 장애학생 등 원격 수업이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향후에는 이런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예방주사’ 맞은 걸로 규정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교육 당국도 학교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데 시행착오를 공부해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교사 연수도 필요하고 예비교사들도 원격 수업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등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통일된 원격 수업 플랫폼 구축을 주문했다. 학교급(초·중·고)이나 학년별로 통일된 플랫폼을 갖추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평소에도 적절히 활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원격 수업의 질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먼저 인프라 문제다. 양질의 동영상을 제작해도 올리기 쉽지 않았고 끊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피드백 문제다. 수업을 들은 아이들의 댓글, 질문을 어떻게 교사가 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원격 수업의 질을 높이는 부분은 특히 이런 피드백의 질을 높이는 부분에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의 수동적인 행정과 소통 부재를 주로 지적했다.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저작권 문제나 초상권 문제, 행정 업무 경감을 해주기보다 학교 현장의 요구가 있으면 뒤늦게 수습했다고 전했다. 특히 원격 수업에 정신없는 교사들에게 출석률 보고는 추후로 미뤄주는 배려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 전반에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강정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육부도) 대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현장에서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학년제나 학기제를 정책적으로 모색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9월 학기제에 대해서는 “전교조 차원에서 9월 학기제가 좋다 나쁘다 정한 상황은 아니지만 연구와 검토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