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으로 180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4개월간 세 번의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치러야 한다. 5월 원내 사령탑을 뽑는 원내대표 선거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을 뽑는 원 구성이 예정돼 있다. 8월엔 2022년 대선 관리를 책임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린다.
원내 주도권 다툼에 이어 당권 경쟁까지 펼쳐지면서 앞으로 넉 달 동안 슈퍼 여당 내 권력 지형도가 새롭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안팎에선 친문재인계의 선택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뿐 아니라 지지 후보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친문세력 자체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0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주 중 원내대표 경선 준비에 착수하겠다”며 “다음 달 7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당선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역대 어느 때보다 몸집이 커졌고, 코로나19 사태로 겪어보지 않은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선거다.
친문재인계 4선 김태년 의원과 3선 전해철 의원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원조 친문그룹에 속한다. 2018년 8·25 전당대회 당시 김 의원은 이해찬 의원, 전 의원은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길을 걸었다. 친이해찬계인 윤호중 사무총장이 경선에 나설 경우 김 의원과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5선이 된 정책위의장 조정식 의원과 4선 중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도 경선 참여 가능성이 크다. 비문재인계에선 노웅래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 네 번째 도전 여부가 관심이고,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의원 등도 거론된다.
원내대표 선출 후 본격 막을 올릴 원 구성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유례없는 입법 환경이 조성되면서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경쟁 또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도 6선의 박병석 의원과 5선의 김진표 의원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당내 세력 간 긴장이 가장 고조되는 것은 8월 전당대회다. 8월 24일 임기가 끝나는 이해찬 대표의 뒤를 이을 당대표는 180석 거대 여당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2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관리하고 대선 전략을 이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유력 주자인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할지, 안 한다면 어떤 후보군과 손을 잡을지 등에 따라 당내 권력 지형도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당내에선 경제위기의 파고가 높아지는데 당권 경쟁이 과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더니 내부 경쟁만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비상시국에 맞춰 별도 기구를 구성한 뒤 당내 의견을 모아 추대 형식으로 하거나, 이 대표 임기를 연장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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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