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아버지 빼 닮은 허훈 ‘최고의 별’로 떴다

입력 2020-04-21 04:05
부산 KT 가드 허훈(앞줄 오른쪽)이 2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베스트5’ 트로피를 손에 들고 있다. 허훈은 최고 상인 국내 최우수선수(MVP) 상과 더불어 ‘플레이 오브 더 시즌’ 상까지 3관왕을 석권했다. 연합뉴스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 허훈(24·부산 KT)이 마침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생애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국내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 했다는 평가다.

허훈은 2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19-2020시즌 남자프로농구 KBL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MVP와 리그베스트5 상을 받았다. 정규리그 1위팀 바깥에서 MVP가 나온 건 2008-2009시즌 주희정(당시 안양 KT&G) 이후 11년만이다. 허훈은 지난해 10월 20일 1위팀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9개 연속 성공시킨 활약으로 ‘플레이 오브 더 시즌’ 상도 수상했다.

허훈은 올 시즌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경기당 평균 도움 7.2개로 전체 1위, 득점도 14.9점으로 2위에 올랐다. 지난 2월 9일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는 홀로 도움 21개, 득점 24점으로 프로농구 역사상 첫 ‘20-20’을 달성했다. 프로농구 이전 농구대잔치부터 뛰었던 아버지 허재조차도 현역 때 달성 못한 기록이다. 한 경기 최다 도움 기록만 따져도 김승현의 23개에 이은 역대 2위다.

허훈은 과거 연세대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로 지명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허재가 국가대표 감독이던 2018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들어 논란이 일었던 게 일례다. 하지만 이후 외곽슛을 보완하고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 리그 정상급 가드로 자리매김 했다. 승부처에서의 과감한 플레이가 아버지를 빼다박았다는 평가다.

허훈은 “부자지간이 모두 MVP를 받았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허재는 과거 부산 기아 소속으로 뛴 1997-1998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바 있다. 다만 선수 생활 막바지에 프로농구가 창설된 뒤 뛰기 시작한 탓에 정규시즌 MVP는 수상하지 못했다. 농구대잔치에서는 1991-1992, 1994-1995시즌 두차례 대회 MVP에 선정됐다.

허훈은 MVP 후보로 각축을 벌였던 원주의 토종 센터 김종규를 앞선 이유에 대해 “팬들에게 보여주는 강인함,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는) 우승해서 MVP를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금 1000만원을 어떻게 쓸지 묻는 질문에는 “시국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기부를 할 계획”이라며 “주위 분들에게도 베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독상은 1위팀 원주의 이상범 감독이 가져갔다. 시즌 내내 꾸준하고 내실있는 플레이를 한 자밀 워니(서울 SK)는 외국인선수 MVP를 수상했다. 팬투표로 진행되는 인기상은 원주 소속인 허훈의 형 허웅이 8239표를 얻어 7347표를 얻은 동생을 제쳤다. 같은 팀 포워드 김훈은 신인선수상을 수상했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는 16년만이다.

평균 스틸 1.8개로 전체 1위에 오른 안양의 포워드 문성곤은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다. 고양 오리온의 포워드 이승현은 2014년 데뷔 후 3번째 ‘수비 5걸’에 선정됐다. 역시 수비 5걸에 뽑힌 서울의 최성원은 최고의 교체선수에게 주어지는 식스맨상도 받았다. 지난 시즌 식스맨상 수상자인 인천 전자랜드의 김낙현은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고(故) 이성구 선생의 이름을 딴 ‘이성구 페어플레이상’은 울산 모비스의 함지훈이 가져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