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20일 발간한 ‘2020 통일백서’가 지난해 대비 60쪽 넘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빠르게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통일백서는 296쪽 분량으로 발간됐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등이 두루 반영된 ‘2019 통일백서’와 비교하면 분량이 66쪽 줄었다.
올해 발간된 백서는 특히 남북대화 분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축소되면서 전체 백서 분량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남북대화 분야에 할애된 분량은 10쪽으로, 전년(67쪽) 대비 약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기존 2장에서 4장으로 밀려났다.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나빠진 남북 관계가 백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통일부는 남북대화와 관련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는 가운데 남북대화를 위한 외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공식 남북회담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반도 정책’ 분야는 보다 구체화됐다. 2018년 한반도 정책 성과였던 제목이 올해는 ‘한반도 정책 성과와 비전’으로 바뀌었다.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로 돼 있던 제목 역시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 선순환 추진’으로 수정됐다. 한반도 문제가 장기적인 문제인 만큼 구상을 더욱 구체화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 분야는 지난해 7쪽에서 9쪽 분량으로 늘었다. 지난해 4장에서 다뤘던 북한 인권 문제는 올해 3장으로 앞당겨 실었다. 지난해 백서가 북한 인권 부분을 소홀히 다뤘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지난해는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해였다”며 “정부는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지속 가능한 남북 관계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통일 정책에 관한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해 1990년부터 매년 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