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양한 활동은 ‘통섭’… 오페라·창극도 연극에서 나온 것”

입력 2020-04-21 0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달간 문을 닫았던 서울 예술의전당이 22일 다시 문을 연다. 26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2인극 ‘흑백다방’(작·연출 차현석)이 그 신호탄이다.

흑백다방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역사적 질곡을 먹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과거 고문을 일삼던 경찰에서 심리상담사가 된 다방주인과 고문으로 청력을 잃은 청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다방주인 역에는 노무현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낸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68·사진)이 출연한다.

김명곤은 20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80년대의 아픔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화해와 치유를 말하고 있다”며 “차 연출가가 지난해에 이어 출연을 제안해줘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70, 80년대 학창시절 실험적이고 사회참여적인 극을 올리며 겪었던 일들이 캐릭터를 다듬는 바탕이 됐다”면서 “선악을 전형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인간적 고뇌를 다층적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4년 초연된 흑백다방은 그해 ‘한국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등 국내 유수의 연극제에서 상을 휩쓸었으며 해외에서도 종종 공연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던 공공극장 재개를 알리는 작품이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물론 방역을 위해 회당 200석의 절반인 100석 정도만 관객을 받는다.

그는 내달 14일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의 ‘춘향’ 연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다양한 예술이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삶이 가장 행복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서울대 연극반 출신인 그는 인간문화재 박초월 선생에게 10년간 판소리를 배웠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일했던 그는 84년 이장호 감독의 영화 ‘바보 선언’을 통해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93년 직접 각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에서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소리꾼 유봉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우로 꾸준히 활약하는 한편 연극 연출가로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통섭’이라고 본다. 오페라든, 창극이든, 영화든 결국 연극에서 태어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 국립극장장에 취임하며 행정가로도 데뷔한 그는 2006년 문화관광부 장관이 됐다. 그런데 공직에서 물러난 그가 다시 향한 곳도 대학로 소극장이었다. 그는 “한 번도 나를 정치인이라 생각한 적 없다. 창작활동이 내 삶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