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함께 극복합시다” 머리 맞댄 車 노사

입력 2020-04-21 04:06
예병태(오른쪽) 쌍용자동차 대표와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7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임·단협 합의안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국내 완성차 업체 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간 충돌이 잦았던 임금교섭 문제를 재빨리 매듭짓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분위기다.

쌍용자동차는 동종업계 최초로 2020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했다고 20일 밝혔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7일 평택공장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금 동결 등 내용이 담긴 합의안에 최종 서명을 마쳤다. 쌍용차는 이달 초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신규자금 지원 철회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쌍용차는 타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임금 교섭을 매듭짓는 시기에 올해 교섭을 끝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합의를 이뤘다”며 “자구노력의 차질 없는 추진과 판매 물량 증대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둔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노사 상생의 방향으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7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전무후무한 고용 대란 앞에 상생 협력을 모색할 때”라며 “독일 노사의 위기협약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가 언급한 독일식 위기협약은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기업이 고용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공식 제안을 한 단계는 아니지만 노조가 조건부 임금 동결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됐던 2019년 임금교섭을 지난 14일 마무리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 보상금 총 888만원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인기차종으로 떠오른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르노그룹 내 최고 수준의 생산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을 함께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노사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준 건 큰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국지엠 노사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2019년 임금협상에 속도를 낸 끝에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 상생을 위한 차량 인센티브 프로그램 도입,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등 내용이 담겼다. 한국지엠은 노사가 합심해 주력 모델이 된 트레일블레이저를 앞세워 SU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