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한 달 동안 ‘교회 안식월’을 마쳤다. 하나님께선 그때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 당시 나는 부산의 작은 선교회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한 가정이 어느 날 제주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는 덜컥 교인 등록카드를 내고 돌아갔다. 부산에서 제주까지 와서 등록하리라곤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분의 사업이 몹시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영적으로 도와야 할 텐데.’ 이제 더 큰 고민이 됐다. 주님께 물으며 지혜를 구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다.” 그래서 이왕에 한 달에 한 번 가던 부산이니 2주에 한 번씩 가서 어렵게 된 가정과 함께 예배와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 일종의 원거리 심방이 매주 모임으로 발전했다.
2015년 7월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을 임차해 영상으로 주일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주일과 수·금요일 예배를 대형 TV로 실시간 예배를 드리고, 월요일엔 방문해서 말씀 양육과 중보기도 시간을 가졌다. 훗날 이 모임을 ‘부산기도센터’라 했다.
기도센터 모임은 2018년 전환점을 맞았다. 육지로 갔다가 주일 제주로 돌아오지 못한 성도들이 부산기도센터로 가서 함께 예배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과 청소년들이 부산기도센터를 방문해 예배 교류를 했다. 한 교회로 세워진 것이다. 그러자 수도권으로 진학한 청년들이 이런 요청을 했다. “목사님, 부산에서도 하는데 서울에서는 기도센터 안 하시나요.”
사무엘상 7장 15~17절을 보면 사무엘이 라마를 근거지로 벧엘 길갈 미스바를 순회하는 내용이 나온다. 과거 묵상 중에 주님께서 “너의 사역도 이와 같을 거야”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때 나는 “주님, 그렇게 되면 참 힘들겠지만 심심한 날은 없겠네요”라고 말씀드렸다.
이 말씀이 갑자기 기억났다. 그래서 겁도 없이 “그럼 서울에서도 모이자”고 답해버렸다. 그렇게 지난해 1월부터 ‘서울기도센터’ 모임도 시작했다. 전도사로 섬겼던 교회 제자 중 한 명이 개척했는데 그 교회를 빌려 매주 화요일 모임을 한다.
제주에서 월요일 오전 부산기도센터로 가서 예배 말씀양육 중보기도 심방을 하고 화요일 오후 SRT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서울센터에서 중보기도와 말씀양육을 한 뒤 수요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돌아온다. 제주 성도들이 이해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몸살이 날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운 목회 패턴이 됐다. 목요일을 쉬는 날로 정했는데, 자연스럽게 금·토요일과 주일로 이어지는 교회사역을 위한 영적·체력적 여유가 생겼다. 화요일부터 시작하는 목회 사이클은 주말이 되면 힘에 부치곤 했다. 하지만 목요일 휴식은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제주 성도들을 위해 목양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주님께서 지혜를 주셨는데, 새벽기도를 마치고 아침 출근 시간 전 사업자 심방을 시작했다. 주 3회(월·목·금요일) 아침 시간은 아주 행복한 시간이다. 주일 저녁 시간은 가능하면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한다.
제주-부산-서울-제주로 이동하는 시간이 늘었다. 감사하게도 이 시간은 고스란히 나 혼자만의 시간이 됐다. 비행기와 SRT 지하철 안에서 책도 읽고, 묵상도 하고, 공부도 했다. 하나님은 더 많은 시간과 헌신을 요구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쉼을 주시고 더 많은 성도를 섬기게 하셨다.
부산기도센터를 시작할 때 일이다. 제주에서 부산행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막 이륙하고 있을 때였다. 주님은 아주 선명하게 내 심령에 말씀하셨다.
“비행기는 연료만큼만 날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나는 법을 배운 독수리는 나는 일이 제일 쉽고 즐거운 일이 된단다.”
매주 주님과 함께 목회에서 나는 법을 연습한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쉽고 즐거운 일이다.
고웅영 목사(제주새예루살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