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길어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홈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으로 몸을 예열한 프로 10개 구단 선수들은 21일 전국 경기장 5곳에서 일제히 연습경기를 시작한다. 승패를 기록하지 않는 비공식전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실전을 펼치게 된다.
두산과 LG는 서울 잠실, 키움과 SK는 인천, 한화와 KT는 경기도 수원, 삼성과 KIA는 광주에서 각각 오후 2시에 ‘플레이볼’을 외친다. 이어 롯데와 NC가 오후 6시 경남 창원에서 맞붙는다.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근거리 팀끼리 경기를 편성하면서 라이벌전이 속출했다. 두산과 LG의 ‘잠실 더비’, 롯데와 NC의 ‘낙동강 더비’에서 정규리그 못지않은 자존심 대결이 예상된다.
연습경기는 팀당 4경기씩 모두 20경기로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취소된 시범경기가 사실상 연습경기로 대체됐다. 제5선발을 투입할 수 없는 짧은 일정 탓에 각 팀 선발진은 에이스나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타선 역시 주전급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지도자·심판은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10개 구단의 임·직원은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새로운 표준)을 연습경기에서 익혀야 한다. 선수는 경기 중 그라운드·더그아웃을 제외한 장내 모든 구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라커룸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경기 중 습관처럼 침을 뱉는 행위는 금지된다. 하이파이브처럼 서로의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는 자제하도록 권고돼 있다. 습관을 억제하는 선수들의 노력은 연습경기의 볼거리가 될 수 있다. 심판진, 경기 진행요원의 마스크 및 위생장갑 착용은 의무사항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경기장의 적막이다. 연습경기는 무관중 생중계로 이뤄진다. KBO는 21일 중으로 정규리그 개막일을 확정하면서 관중 유치 여부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 19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어린이날(5월 5일)까지 연장한 만큼, 정규리그 초반은 무관중 경기로 펼쳐질 전망이다.
승부가 과열돼도 선수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미국·일본보다 먼저 정규리그를 출발한 대만프로야구의 경우 푸방 가디언스와 라쿠텐 몽키스 선수들이 지난 19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을 벌이며 뒤엉켜 비난을 받았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벤치클리어링은 5월 초로 가닥을 잡은 국내 정규리그 개막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