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당 낙선자조차 납득 못하는 ‘사전투표 조작설’

입력 2020-04-21 04:03
대다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다른 당 후보들에 비해 4·15 총선 사전투표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개표 중후반까지 줄곧 미래통합당 후보에 뒤지다 끝내 뒤집기에 성공한 선거구 대부분이 막판에 개함한 사전투표 몰표 덕이었다. 이런 이유로 강성 보수 진영에서 사전투표제를 없애자는 주장과 함께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이들이 그 근거의 하나로 내세우는 게 서울 석촌동 투표소 케이스다. 사전투표 당시 참관인이 서명한 특수봉인지 필체와 개표 당시 필체가 달라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의혹이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경우 봉인지가 훼손돼 여야 참관인이 보는 가운데 다시 붙인 것이고, 이 모든 과정을 선거관리위원회 공식문서로 남겨 투표함이 바뀔 가능성은 영(零)이다. 더욱이 이 지역 당선인이 통합당 소속인데도 음모론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파쇄된 사전투표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자개표와 수개표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등의 여러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근거가 없다. 아무리 통합당 참패로 끝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무책임한 주장은 보수 재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수의 이미지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본투표에서 이기고도 사전투표에서 져 낙선했다. 그런 그가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음모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허무맹랑해서다. 통합당은 혹세무민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는 ‘위장 보수’와 과감하게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고, 그래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