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코로나19와 데이터 3법

입력 2020-04-21 04:02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요한 것 하나는 확진자 동선 파악이다. 국내의 경우 이제는 10여분의 짧은 시간에 동선 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효율적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한다. 동선 파악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구글과 애플이 협력해 휴대폰 기능을 통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파악하고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 같은 유형의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그와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확진자에 관해 동선 파악을 하더라도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는다. 실명을 제거하는 대신 확진자 번호를 부여해 동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가명 처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명 처리를 했다고 재식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은 몇몇 확진자에 대해서는 실제로 해당 확진자의 이름과 신원이 밝혀지기도 하고, 이에 대해 언론에서 확인이 이뤄진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선 정보는 해당 개인에 관한 정보인 만큼 개인에게 귀속되는 개인정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역학조사 및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공익적 성격의 정보라 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선 정보를 통해 해당 개인에 관한 민망한 또는 비밀스러운 정보가 알려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선 사회적·공익적 필요성에 기초해 예외적으로 동선 파악을 허용하는 법제도가 마련돼 있다.

지난 1월 통과된 데이터 3법은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데이터 3법에 담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개인정보의 가명 처리를 전제로 일정한 활용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가명정보는 세 가지 목적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 과학적 연구 목적, 통계 목적이 그것이다. 그런데 기록보존에 대해서는 ‘공익적’이란 단서가 명시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외의 두 가지 목적에 대해선 공익적 목적이 명시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과 달리 신용정보법은 통계 목적에 상업적 목적이 포함되고, 연구에는 산업적 연구가 포함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형의 데이터에 대해 상업적 활용이 허용돼야 하는지는 사실 간단하지 않은 이슈다. 연구의 개념이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쉽지 않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의 활용 목적에 관한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한과 통제권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와 직결된다. 근래에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 배달 앱의 경우를 보자. 소비자가 앱을 통해 주문하는 과정에서 연락처, 주소, 주문 식당과 메뉴 등 다양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 데이터를 앱 회사에서 수집하게 될 텐데 이를 축적해 분석 목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가? 타기업에 이 데이터를 제공해도 되는가? 주문을 받은 식당에서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면 이를 제공해야 하는가? 한편 코로나19와 관련된 역학조사를 위해서는 확진자 및 접촉자에 관해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일반 대중에게도 방역 당국이 확보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상세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우리 사회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물론 데이터 3법의 맥락에서도 ‘공적’ 성격의 데이터는 어떤 것인지, 사회적 관심과 통제로부터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돼야 하는 데이터는 어떤 것인지 등의 문제에 관해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인공지능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