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라질 “코로나 봉쇄 풀라” 시위… 양국 대통령 “지지”

입력 2020-04-20 04:04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주정부의 자택거주명령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자 옆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패널 사진이 세워져 있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수백명이 봉쇄 조치 해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시행 중인 이동제한, 집회·영업 금지 등 봉쇄 조치들이 장기화되면서 완화 시점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지난 주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해제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은 아직 봉쇄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라서 갈등이 우려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네바다, 인디애나, 메릴랜드 등 여러 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주정부의 봉쇄 조치에 반발하며 ‘미국을 폐쇄할 수는 없다’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비웃듯 마스크를 벗은 채 서로 껴안고 악수를 나눴다. 6살 딸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데이브 리트렐(46)은 “코로나19가 전혀 무섭지 않다”며 “전염병은 우리 주위에 늘상 있는 것이다. 팬데믹에 대한 사람들의 과민반응을 이용해 정부가 월권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인디애나 등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일을 하게 해달라!” “파우치를 해고하라!”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이자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가동 시도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미네소타를 해방하라!(LIBERATE MINNESOTA!)” “미시간을 해방하라!” “버지니아를 해방하라!”라는 글을 올리며 봉쇄 완화 시위를 응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들 주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완화 움직임에 비판적인 곳이다.

브라질에서도 이날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등에서는 수백명이 자가용을 동원한 차량 시위를 벌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서 열린 차량 시위에서 브라질 국기를 흔들고 있다. 시위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시위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장관을 전격 경질한 다음날 열렸다. 봉쇄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극심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방역을 강조한 만데타 보건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경제 개방 지침을 재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다”며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봉쇄 완화를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보수매체인 폭스뉴스는 지난 15일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자가격리 명령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위헌 시비를 제기했다.

브라질 시위를 주도한 앤더슨 모라에스 의원은 “생명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굶주리는 미래가 오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경제문제를 들고 나왔다.

반면 NYT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트럼프는 우리들에게 생명을 건 러시안 룰렛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봉쇄를 완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미국인들의 삶을 ‘러시안 룰렛’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