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지원금 신청 33배↑… “기준 복잡” 현장 혼선

입력 2020-04-20 04:01

“이렇게 준비해 왔는데 맞나요?” “이 서류가 더 있어야 해요.” “어휴, 복잡하네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4층 고용지원과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대부분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에 대한 상담이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강화하자 신청이 급증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1514건)의 33.7배에 이르는 5만1067개 기업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사업주가 정부 지원금을 얹어 월급을 지급, 고용을 이어가게 하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기업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혼선도 빚어진다. 200객실 이상 비즈니스 호텔 직원인 40대 이모씨는 “제도가 생소하니까 준비하는 데 시행착오가 잦았다”며 “관계자들도 처음에는 잘 설명을 못 해줬는데 몇 번 왔다갔다 하고 교육도 받고 해서 이제는 알겠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휴업의 경우 총 근로시간의 20%를 초과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설정 방식은 개별 기업마다 달라진다. 일일 근로시간을 줄이는 경우 하루 몇 시간 근로가 적당한지, 주 단위로 휴업을 하는 경우 몇 주씩 쉴 수 있는지 등이 제각각이라 기준을 잡는 게 복잡해진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기간 신규 채용이 안 되는 점은 특히 문제로 꼽힌다. 호텔에서 상담을 나온 이씨는 “최근 한 명이 그만뒀는데 이 사람을 대체할 인력이 꼭 필요하다”며 “그 문제 때문에 계속 (고용복지센터에) 오고 있는데 여기서도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핵심 부서에서 필수 인력이 퇴사하는 경우 다른 인력으로 대체가 안 될 때가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채용이 원천 차단되는 점은 문제”라며 “한시적으로라도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기업마다 필요한 인력과 근무 강도가 다른 것도 어려운 점으로 지목됐다.

주류도매 업체에서 일하는 60대 신모씨는 “매일 처리할 일거리가 있는 사무직원들은 쉬었다 일을 하면 업무가 과중해지고, 영업이나 배송 직원들은 나와도 할 게 없다”며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게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확인되고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제기해 온 문제점을 종합하면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①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신규 채용이 안 됨 ②업무 특성과 무관하게 근무 시간·일수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함 ③소급 적용이 안 됨 ④복잡한 절차 ⑤고용보험을 내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등에서 사각지대 발생.

소급 적용이 안 되는 건 급식업계에서 특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급식 업체를 운영하는 김호균씨는 2월부터 지금까지 약 2개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다. 언제 개학할지 모르기 때문에 휴업도 못 하고 두 달을 대기만 해 왔다.

김씨는 “지금이라도 신청하러 갔더니 2~3월 사실상 휴업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고용보험 꼬박꼬박 내고, 일 없어도 꼬박꼬박 월급을 줬는데 지원을 못 받는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소규모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복잡한 절차를 어려움으로 꼽았다. 대한상의가 소상공인 24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고용유지지원금 활용 실태’를 보면 신청 기업의 46.4%는 ‘복잡한 준비 절차’를, 20.6%는 ‘지원 요건의 엄격함’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생산량이 3개월 월 평균 15% 이상 감소하는 등 사업이 급격히 어려워진 경우 유급휴업이나 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다. 단축 근무를 시행하는 유급휴업이나 1개월 단위의 유급휴직을 하면서 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일부를 지원한다. 중소기업이나 우선지원 대상 기업은 휴직수당의 90%, 대기업은 67%까지 지원된다. 근로자 1인에 대해 하루 최대 6만6000원(월 198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면 피해 입증 자료, 근로자와 협의 자료, 근로시간 증빙 자료 등이 필요하다.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한 달 후 지원금을 받으려면 출퇴근 여부, 수당 지급 등을 확인해 줄 자료도 내야 한다. 영세 소상공인은 신청 자체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소규모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천모(59)씨는 “최소한의 직원만 일하는 중이라 신청을 맡길 사람이 없다”며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 (고용복지센터를)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재원은 고용보험에 있다. 따라서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나 일용직 등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 규모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가량 해당된다. 이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자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돕는 정책을 포함한 고용안정 정책 패키지를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