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영남서 득표율 급상승했는데… 왜 7석에 그쳤을까

입력 2020-04-20 04:05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영남 싹쓸이 현상에 반영된 표심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전패하고 부산·울산·경남에서 7석을 얻는 데 그쳤는데도 전체 득표율이 상승했다며 ‘지역주의 부활’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득표율 상승은 통합당에 대한 실망이나 심판 성격이 강했다며 지역주의의 위력이 여전했다고 분석한다.

20대 총선 당시 영남에서 12석을 확보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는 7석 확보에 그쳤다. 그러나 득표율은 지난 총선 대비 훨씬 높게 나왔다. 부산의 민주당 지지율은 20대 총선 37.8%에서 21대 총선 43.5%로 상승했고, 대구 득표율도 24.8%에서 28.5%로 올랐다. 울산 지지율은 16.2%에서 38.6%로 뛰었다. 경북에서도 득표율 25%을 기록해 13개 지역구 중 6곳에만 출마한 지난 총선(8%) 대비 크게 높아졌다.

민주당은 영남권 득표율 상승에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1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부산, 경남, 대구 등에서 지난 총선보다 득표율이 상승했다”며 “지역주의 벽에 무너졌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최근 CBS라디오에서 “부울경 지역 주민들이 지역주의보다 정당, 정책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득표율 상승이 의석수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 변화의 가능성을 봤다는 의미다. 민주당 안팎에선 승자독식제로 진행돼 최다 득표자 이외 표를 모두 사표로 만드는 소선거구제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역주의 현상이 팽배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영남권 지지율 상승은 이번 총선이 통합당에 대한 응징 성격이 워낙 강했던 덕”이라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 바람이 불었는데도 영남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지역주의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7석을 지킨 게 선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