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에 2개 구 신설… 코로나 혼란 틈타 세력 확장

입력 2020-04-20 04:06
남중국해 피어리 크로스 암초. EPA연합뉴스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자국 정부의 새로운 행정기관을 설치해 해당 수역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매달리고 미국 항공모함도 4척이나 코로나 감염으로 작전을 중단한 틈을 이용해 세력 확장을 노린다는 지적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하이난성 싼사시 산하에 시사(西沙)구와 난사(南沙)구 2개의 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시사구는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을 중심으로 파라셀 군도(시사군도)와 맥클스필드 군도(중사군도)의 섬과 암초 등 해역을, 난사구는 피어리 크로스 암초(융수자오)에 설치돼 스프래틀리 제도(난사군도) 주변의 해역을 관할토록 했다.

중국은 2012년 남중국해 주요 섬과 암초를 관할하는 싼사시를 출범시켜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었으며 이번에 싼사시 산하에 구를 추가하며 해당 수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소의 캉린 부원장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과 필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이제는 이 지역의 행정적 통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적기”라며 “그동안 거의 매달 남중국해에서 외국 세력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어 중국은 자국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인 콜린 고 싱가포르 난양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군사력을 증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중국해에서 자국 이익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4일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자국 해안 경비함과 해양탐사선을 진입시켜 양국 간 외교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남중국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항모 랴오닝함과 호위함 5척 등이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 미야코해협을 통과하고, 12일 대만 동부 외해에서 남쪽으로 항행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2개 구 신설 조치에 대해 “이번 사건은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동남아 이웃들에 손해를 입혀온 행위의 연장선”이라며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에도 스프래틀리 제도 내 수비 암초 및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새로운 연구기지들을 세웠고 특수 군용기까지 착륙시켰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