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위치한 베다니장로교회(김영진 목사)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한인교회로 유명하다. 장학금 지급, 시니어 센터 운영, 장애인 돌봄, 장례식 지원, 생활용품 나눔 등 섬김의 범위는 한인을 넘어 미국 주류사회까지 향한다.
교회는 정기적으로 시청과 경찰서, 소방서를 후원하고 있으며 매년 1000여명의 지역주민을 초청해 대규모 지역 주민의 날(Community Day)을 개최한다. 왕성한 지역 섬김의 결과 게이더스버그 시장이 2005년부터 매년 5월 21일을 ‘베다니 커뮤니티의 날’로 선포했을 정도다.
김영진 목사는 “30여년 전 미국에 와서 보니 다수의 한인이 주택 의료 교육 등 내는 세금에 비해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다”면서 “한국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배려에 감사하면서 어떻게 하면 교회가 앞장서 미국인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1991년 유학생 신분 때부터 목회를 시작했다. 전임 목회자가 떠나고 교회 문을 닫아야 하는 교회였는데, 은퇴 장로가 찾아와 “제발 설교만 해달라”고 간청했다. 1년간 렌트비가 밀려 있어 첫 주 설교를 하고 건물에서 나와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김 목사는 “예배 공간이 없어 매주 지하실이나 근처 공원을 옮겨 다니며 예배를 드렸다”면서 “한인 식품점과 식당 앞에서 전도하면서 지역을 섬기자 성도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년여 만에 수십명의 성도들이 모여들고 교회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다. 그러자 미국 교단에선 그동안 밀렸던 노회비와 전임 목회자의 연금 청구서를 내밀었다. 주변에선 ‘교회를 폐쇄하고 교회명을 바꾸면 노회비와 연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당장의 유익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장부를 찾아보니 전임 목회자가 몇 달 치 사례비도 받지 못하고 몇만 달러의 노회비와 연금이 밀려 있었다”면서 “후임자 입장에서 굳이 갚지 않아도 됐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갚기로 노회와 타협했고 2년 동안 빚을 갚다가 결국 탕감을 받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갑자기 커진 것은 별다른 비결이 있기보다 지역과 다음세대를 섬기다 보니 소문이 좋게 난 것 같다”면서 “다양한 섬김 활동에 덩달아 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매주 10~15명이 교회를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미국교회 예배당을 빌려 쓰다가 2000년 이곳으로 왔다. 과거 극장 건물을 개조해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지역 섬김과 선교, 구제와 장학 사업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다 보니 건물 유지·보수에 큰 비용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담임 목사실은 부엌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6.6㎡(2평)도 안 된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소유자가 아닌 관리자로 불러주셨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면서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도록 돕고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진정한 사명”이라고 했다.
주민의 날에는 먹거리와 생활용품, 의류를 무료로 제공하고 태권도 시범과 부채춤을 선보인다. 지역사회에 공로가 큰 공직자에겐 감사패도 전달한다. 시니어 센터에선 하모니카 연주, 태권도, 합창, 기타연주, 한국무용, 성경연구 등 30여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어르신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점심과 교통편까지 제공한다.
92년부터 지급하는 장학금은 교회 주변 학교 추천을 받아 성적과 가정형편을 고려해 선별한다. 이런 섬김의 결과 최근 메릴랜드주 상원의원이 주지사의 감사장을 교회에 대신 전달하기도 했다. 매 주일 어린이들이 건널목을 건널 때 위험할 수 있다며 경찰이 와서 교통정리까지 해준다.
김 목사는 “주님이 원하시는 창조적 목회는 시대의 흐름만 좇는 현상적 목회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추구하며 맡겨진 영혼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을 교회가 꾸준히 돕고 있는데, 몇 해 전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오히려 교회 행사에 와서 라틴어와 영어로 찬양하며 분위기를 만든 적이 있다”면서 “아직도 그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물론 그에게도 목회 위기는 있었다. 오해를 받기도 했고 어느 날 갑자기 세 들어 있던 미국교회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교회는 언제나 선을 행하면서 어떤 비난과 공격도 묵묵히 품는 사역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크리스천이란 주님께 쓰임 받다가 설령 버림을 받아도 억울해하지 않고 분을 내지 않으며 끝까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뜻한다”면서 “만약 악이 성행할 때 크리스천마저 악으로 대응한다면 모두가 망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억울한 상황에 있든지 상대를 품고 용서할 때만 복음이 전해지며 시대의 혼란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더스버그=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