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거나 불안하거나’ 서울의 주말을 지켜본 두 시선

입력 2020-04-20 04:01
많은 시민이 19일 휴일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내달 5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장소에선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권현구 기자

“카페는 손님들로 붐볐고, 공원에는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시 문을 연 애플 매장 앞에는 마스크 쓴 사람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길게 줄을 섰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서울의 주말 풍경을 전하면서 “정부의 엄격한 봉쇄조치로 주요 도시가 유령마을처럼 변한 다른 나라들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한강공원에서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연을 날리는 아이들, 공원 주차장이 꽉 찬 모습 등을 사진과 함께 내보냈다.

통신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속 외출을 자제하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한국인들이 “‘토요일의 모험’을 결정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 경고와 함께 집에 머물기를 요청했음에도 많은 한국 사람이 최악은 지나갔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갔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런 모험을 가능케 한 이유에 주목했다. 우선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지난 1월 한국과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후 미국은 확진자가 7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지만 한국은 1만명을 넘긴 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은 특히 “한국은 휴업이나 여행금지 같은 매우 엄격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대규모 진단검사와 감염자 추적조사로 확산을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치러진 ‘총선 효과’도 언급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규모의 선거가 큰 피해 없이 끝났다는 점, 지금까지 투표와 관련된 새로운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바이러스 억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한층 강화했다는 지적이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감염 속도가 느려져서 외출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다만 “경제적 우려는 명백하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그 충격은 일부 상점이 문을 닫은 현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마음 놓긴 이른데, 쇼핑몰·카페 인산인해

두 달 만에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19일, 곳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관찰됐다. 비까지 뿌리는 날씨에도 시민들은 삼삼오오 쇼핑몰과 카페, 공원으로 향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는 두 개 층이 모두 꽉 차 있었다. 1분에도 서너 팀의 새로운 일행이 들어왔다. 20대가 대다수인 손님들은 마스크를 벗고 디저트와 음료를 앞에 둔 채 ‘인증샷’을 남기고 담소를 나눴다. 카페 매니저는 “3월 초엔 매출이 50%까지 줄었지만 그 뒤론 회복세”라며 “물론 그래도 평소보단 못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골목에 줄지어 있는 카페 다섯 곳 모두 빈 자리는 없었다.

영등포구의 쇼핑몰 역시 붐볐다. 한 번에 매장에 들어갈 수 있는 고객 수를 정해둔 1층 명품관 앞에는 줄까지 생겨났다. 회사원 최모(30)씨는 “(이용객 수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4개월 만에 쇼핑몰을 찾았다는 주부 심모(39)씨는 “신규 확진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고, 직접 봐야 살 수 있는 아기용품도 있어 부득이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중1 전모(13)군은 “마스크를 2개나 가지고 나왔다”며 웃어 보였지만 정작 전군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수십 명이 모여 동호회 활동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모인 달리기 동호회 회원 20여명은 어깨가 닿을 정도로 붙어서 기념촬영을 했지만 마스크를 쓴 비율은 반도 되지 않았다.

SNS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 해시태그를 붙이는 것을 놀이처럼 즐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평소 사람이 많던 식당이나 놀이공원을 방문하곤 “눈치게임 성공”이라며 즐거워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공원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친구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야 하나 고민했다”며 “놀러 가는 것도 모자라 자랑하듯 공유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지혜 송경모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