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임금 삭감’ 협상 테이블 오른다

입력 2020-04-20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막이 미뤄지고 있는 K리그에서 리그 수입 감소로 인한 임금 삭감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의 제안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받아들이면서 일단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19일 축구계에 따르면 선수협과 연맹은 이르면 이번주 초에 실무진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지난 16일 선수협이 연맹에 공문을 보내 임금 삭감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이튿날 연맹이 대외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1차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연맹 관계자는 “어느 수준의 대화 테이블을 만들 것인지를 실무 협상으로 일단 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논의 참여자는 어느 직책 선이 될 것인지, K리그 소속 구단이 논의에 직접 참여할지 여부 등이 우선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일단 공식 논의를 시작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맹 관계자도 “구속력이 있는 결정까지 나오지는 않더라도 가이드라인이나 권고안 정도를 내놓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봤다.

제안에 앞서 선수협은 지난 14일 화상회의로 이사회를 개최했다. 회장을 맡은 이근호를 비롯해 박주호(이상 울산 현대), 염기훈(수원 삼성) 부회장과 윤석영(부산 아이파크), 신광훈(강원 FC) 등 현역 선수 등으로 구성된 이사진 1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임금 삭감논의에 참여할 수 있지만 구단의 일방적인 강요는 안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최근 연맹과 일부 구단에서 임직원 임금 반납을 선제 실시하는 등 선수단에도 이를 요구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로 시즌 중단이 이어지면서 세계 축구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는 FC 바르셀로나 등이 선수단과 직접 삭감 수준을 정하는 등 구단 별로 움직이고 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리그 사무국과 구단 경영진 등이 중론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들이 내민 안을 거부한 선수협(PFA)과 충돌을 빚고 있다.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구단이 50% 이상의 극단적인 임금 삭감 결정을 하는 등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