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중 하나였던 삼성화재 베테랑 라이트 박철우(35·사진)가 한국전력으로 깜짝 이적했다. 박철우는 한전에서 어린 선수단의 중심을 잡으며 마지막 불꽃을 태울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19일 “지난 17일 계약을 완료했다”며 “박철우의 공격력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2019-20시즌 최하위인 7위(6승26패)에 머문 데다 몇 년간 중량급 선수 영입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FA 시장에서 투자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원래 센터진 보강을 우선순위로 삼았지만 여의치 않자 권영민(40) 수석코치는 양 날개 공격력을 극대화한다면 속공 견제를 덜 받을 센터 포지션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박철우는 공격력 보강에 적격인 선수였다. 2005년부터 V-리그에서 활약한 박철우는 총 5500득점을 돌파(5681득점)한 유일한 선수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 7위(국내선수 2위·444득점), 공격종합 6위(성공률 51.48%)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계약은 급속하게 이뤄졌다. 한전은 17일 오전 박철우에 영입 의사를 전한 뒤 바로 만나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전은 30대 중반인 박철우에게 3년 계약을 보장했고, 우리카드와 재계약한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나경복의 연봉(4억5000만원·옵션 제외)보다도 높은 구단 역대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감독 거취가 결정 나지 않아 삼성화재의 FA 계약이 미뤄지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머뭇거리던 박철우를 움직인 건 장병철(44) 감독의 영입 의지였다. 박철우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독님께서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반복적해서 말씀해주셨고, 베테랑의 장점을 높이 평가해주셨다”며 “나이도 많은데 3년 보장을 해주신 감사함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인인 신치용(65) 진천선수촌장도 박철우에게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곳에 가서 뛰는 게 프로’라며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고 한다. 결국 박철우는 현대캐피탈(2005~2010년) 삼성화재(2010~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전은 박철우와 함께 공격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좌우 공격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영입된 이시몬(28)은 김인혁(25)과 함께 남은 레프트 한 자리에서 수비를 공고히 한다. 장 감독은 “실력 있는 고참의 리더십에 외국인 선수까지 가세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