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자리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진단키트가 각광받고 있다. 침체된 글로벌 경기에 수출을 견인하는가 하면 진단키트를 싣고 나간 항공기가 해외 교민을 태워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진단키트 수요 증가에 업계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진단키트 수출액은 21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8% 증가했다. 24개 기업이 117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 중이다. SD바이오센서, 씨젠, 바이오니아, 영동제약 등은 30개 이상 국가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으며 10개 이상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도 12곳이다.
전 세계에서 주문 물량이 쇄도하면서 진단키트는 수출 유망품목으로 떠올랐다. 쿠웨이트,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진단키트 수송을 위해 봉쇄된 하늘길을 일시적으로 열었다. 이에 발이 묶여 있던 해외 교민들이 국내로 무사히 귀국하며 ‘진단키트 외교’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에 현장은 인력 부족을 마주했다. 화학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유전자 진단키트 개발 전문기업은 생산설비를 24시간 가동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까지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쏟아지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수그러들었지만 해외 감염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바이오산업 인력 부족은 과거부터 지적돼 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조사 결과 2018년 바이오헬스 분야 고용증가율은 5.1%로 디스플레이,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12대 주력산업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인력 부족률도 3.3%로 주력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KIAT는 올해 부족률도 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도 구직자도 많지만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 같은 미스매치가 직무에 필요한 실무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현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바이오 진단키트 개발·생산 관련 직무에 대한 인력 수요는 늘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진단키트 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산업인적자원개발위는 전문인력 양성 훈련기간에 이론 1개월, 실습 2개월 등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이오기업의 발전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HRD 부문장은 “훈련기관이 진단키트개발 인력양성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실습기자재 등 훈련시설·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산업계 요구와의 갭을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