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도 안 줬는데’ 베트남 3형제 막막한 온라인 개학

입력 2020-04-20 04:55

베트남인 A씨(45)는 지난 16일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삼형제가 전부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3형제가 사용할 스마트 기기가 부족한 데다 교육 당국의 지원 안내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19일 “아이마다 스마트폰을 사주면 매달 발생할 통신비를 감당할 수 없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 집에는 고등학교 1학년 큰아들만 망가졌다가 최근 수리를 마친 스마트폰을 한 대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니 스마트 기기를 준비하라’는 통보만 왔을 뿐, 스마트 기기 대여 등의 안내는 없었다고 한다. 둘째는 “휴대전화가 없어 학교 공지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며 “혹시 이미 개학해 친구들은 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고 했다.

둘째와 막내는 지난 16일 이후 A씨의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태블릿PC 한 대를 두 형제가 나눠 쓰며 수업을 들었다. A씨네 3형제 소식을 전해 들은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중고 컴퓨터 한 대를 빌려왔지만, A씨 집에는 유선 인터넷 회선이 없어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지난주는 태블릿PC로 버텼는데, 다음 주에는 인터넷 회선을 설치해야 할 것 같다”며 “온라인 개학 때문에 유선 인터넷을 별도로 설치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딴 세상 얘기”라고 했다. A씨는 지난주 주민센터를 방문해 긴급돌봄이나 온라인 개학 등과 관련한 외국인 지원방안을 문의했지만, ‘찾아보고 연락주겠다’던 주민센터에서는 아직 아무 답이 없다.

교육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스마트 기기를 우선적으로 대여하고 잔여 기기는 다자녀 가구·조손가정·한부모·다문화 가정 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기 지원 안내조차 받지 못한 외국인 가정이나 한부모가정 학생들이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간신히 안내 및 지원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 종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기기를 인터넷으로 신청하라고 공지한 학교도 있다고 들었는데, 애초에 기기가 없는데 (인터넷으로) 신청을 어떻게 하나”라며 “외국인 가족은 신청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개학 이후 직원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다 빌려주고 있지만 학교별로 수업방식이 달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