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1900선을 탈환하면서 이번 장에선 ‘동학개미’가 승리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코로나19 변동장에서 우량주 위주로 대거 사들이며 만약의 낙폭에 대비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4배가량 늘어나는 등 개인의 실탄도 풍부해져 웬만한 외국인 매도세도 버틸 수 있게 됐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32.7%로 집계됐다. 외국인(49.4%)보다 부진했으나 과거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결과다. 지난해 1~3월에는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7.2%에 그쳤었다.
‘동학개미’들은 예전 위기 때와 다른 패턴을 보였다. 우선 철저히 우량주를 공략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약 7조4658억원)였다. 삼성전자우(1조5569억원), SK하이닉스(9357억원), 현대차(6741억원), 삼성SDI(6090억원)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1000선까지 무너졌던 2008년 10~11월 개인은 우량주인 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으나 순매수액은 312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38억원 순매수했고, 이후 3개월간 628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일부 개미들은 단기 이익을 노리고 코스닥에서 중소형주나 테마주 등을 집중적으로 사고 손실을 봐 문제가 됐었다.
무엇보다 개미들의 ‘실탄’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4일 이후 잔액이 40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47조6670억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말 투자자예탁금은 10조263억원이었으며 12월 말 9조2400억원, 이듬해 2월 말 10조302억원 정도였다.
요즘 개미들은 반등장에선 과감하게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6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 3.85% 급등했을 때 개인은 코스피에서 845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1900선을 회복한 지난 17일 개인은 6059억원어치를 팔았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개인의 주식 매수는 예전 급락 시기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개인이 수급 주체로 등장했고 거래대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개인투자자는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에도 ‘베팅’하는 등 다소 위험한 투자 행태도 보이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도 지난달 하락세였으나 지난 16일 8조원을 돌파하는 등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