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충북, 1조원 국책 사업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팔걷었다

입력 2020-04-20 20:21
충북의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충북도 제공

충북도가 1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방사광 가속기를 오는 2025년까지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일원 53만9000㎡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해서 방출되는 고속의 빛을 활용, 초미세 세계를 분석하는 장비다. 반도체, 신약 개발 등 산업 지원과 기초 연구 분야에 쓰이는 필수 설비로 떠올랐다. 적외선에서부터 X-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만들어내 ‘빛 공장’으로도 불린다. 국내에는 포항에 2기가 있으나 수도권과 중부권에 집중된 방사광 가속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충북은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포함한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38개 국책연구시설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고려대 등 충청권 75개 대학의 과학기술 혁신 인프라와 연계해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이다.

지난 1월 중부권 방사성광속기 공동유치 건의문을 채택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 모습. 충북도 제공

입지 후보지인 오창지역은 신규 가속기 구축에 적합한 단단한 암반으로 지질학적 안정성이 높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지진, 화산 등 열과 압력에 의한 자연재해위험이 없는 화강암, 편마암 등 단단한 암석의 지질구조가 적합하다.

오창은 중부고속도로 서오창 IC에서 5분, KTX 오송역 15분, 청주국제공항 15분 내에 위치한 편리한 교통망으로 시설 접근성 및 용이성에서 매우 우수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는 2022년 천안~청주공항 복전철의 수도권 전철망도 준공을 앞두고 있고 이천~충주~문경 중부내륙선이 건설 중이다.

방사광가속기가 지역에 유치될 경우 6조7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3만7000여명의 고용창출이 될 것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전망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신규 구축이 급부상한 건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계기가 됐다.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해지면서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검토한 것이다. 반도체, 바이오, 소재·부품 등 산업집적도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오창에는 바이오기업 260개사, 반도체기업 90개사, 화학기업 657개사 등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어 이용 수요와 활용 확대가 유리하다. 오창은 세계 3대 바이오클러스터인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바이오헬스 벨트를 형성하며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공모에 4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유치의향서를 접수한 지자체는 충북도를 비롯해 강원도(춘천시) 경북도(포항시),전남도(나주시)다. 이들 지자체는 설비 구축, 부지 매입 등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래·첨단 산업 거점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려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문가로 독립적 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지 적합성을 포함한 지자체 유치계획을 평가, 5월 7일 후보지를 확정한 뒤 오는 2022년부터 구축에 들어가 2028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 이시종 충북도지사
“청주 오창, 방사광가속기 건설비용·기간 단축 가능한 지역”



“청주 오창은 방사광가속기 건설비용과 기간 단축이 가능한 최적지입니다.”

이시종(사진) 충북도지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가동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미 산업단지로 고시된 지역을 입지후보지로 선정하면 건설기간을 2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며 “충북은 부지매입, 부지조성, 주민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 등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우리 산업의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충북도는 일찌감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기초연구 생태계 지원의 핵심과제로 삼고 이를 유치하고자 지난 10여년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의 강점은 반도체, 화학, 바이오 분야의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어 대형연구시설을 활용한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한다면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평택~이천~천안~오창 오송~대전까지 아우르는 신산업 혁신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입지 후보지인 오창은 수도권과 중부권의 활용산업 집적도, 화강암 지대로 지질학적 안정성,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대형 연구장비 구축의 입지조건이 뛰어나다”며 “정부의 주요 과학기술정책인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정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스터플랜과 연계해 국가 과학기술정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위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방사광가속기는 구축 비용이 높고 운영 비용도 막대한 만큼 체계적인 성공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제조혁신과 기술강국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시대적 요구에 충북이 앞장서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항에 설치된 국내 유일의 방사광가속기는 1994년 준공 이후 26년이 경과돼 가속기 성능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저하됐다”며 “정부의 미래전략 3대 산업인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이 모두 방사광가속기 활용도가 높은데 충북지역이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