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코로나19, 온라인 성찬식 괜찮나

입력 2020-04-20 00:08
인천 주만교회 한 성도가 지난 10일 자택에서 성금요일 온라인예배를 드리면서 이범주 담임목사의 안내에 따라 온라인 성찬식에 참여하고 있다. 주만교회 제공

“거룩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찬을 나눌 수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하게 성찬에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이범주 인천 주만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성금요일 온라인 예배에서 이렇게 안내한 뒤 성찬집례를 시작했다. 가정에서 예배드리던 교인들은 이 목사의 안내에 따라 성찬 떡을 먹고 포도주를 마셨다. 온라인 성찬을 진행한 것이다.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헌법에는 “성찬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자에게는 성물을 나누어주지 못한다”고 돼 있다. 한자리에 모여 성찬을 하라는 의미다. 이 목사도 이 부분의 해석을 두고 고민했다.

이 목사는 “장소는 다르지만 같은 시간에 선포되는 말씀을 듣는 온라인 예배를 한 공간에 모인 것으로 봤다”고 19일 말했다. 주만교회는 지난 8일 수요 온라인 예배 때 미리 떡과 포도주를 나눴고, 이를 교역자와 장로들이 교인 가정으로 배달했다. 이 목사는 “일부 교인은 교회를 방문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성물을 받아갔다”면서 “남은 성물은 다시 교회로 반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인들이 교회에 모이지 못하면서 온라인 성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활절을 기점으로 실제 온라인 성찬을 진행한 교회들도 있다. 교단 차원에서 온라인 성찬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한 뒤 시행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해외 교단 중에는 한시적으로 온라인 성찬을 허락한 곳도 있다. 호주연합교회(UCA)는 최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온라인 성찬을 해도 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소속 교회들에 발송했다. UCA는 “온라인 성찬 시 교인들이 가정에서 빈 잔과 접시를 준비한 뒤 목사가 집례하는 성찬에 참여하라”면서 “성물을 직접 준비해 집례 목사를 따라 성찬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성물이 없는 상태에서도 성찬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12일 온라인 성찬을 집례했던 김도영 호주 애들레이드 프로스펙트로드교회 목사는 “성찬식 때문에 고민이 컸는데 교단이 지침을 줘 교인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성찬식을 했다”면서 “모여서 성찬식을 할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장로교회(PCUSA)도 지난달 26일 교단 산하 교회들에 “온라인으로 성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공지를 보냈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코로나19로 국가가 위기에 빠졌지만, 온라인으로 성찬을 진행해야 할 정도로 영적인 위기에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교회 차원에서 온라인 성찬의 원칙을 정하기보다 소속 교단이 신학적 토론을 거쳐 세부 시행방법을 정한 뒤 시행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