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을 소환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해찬(사진) 대표와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나란히 열린우리당을 언급하며 겸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치하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항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항상 볼 수 있는 어항 속에서 투명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며 “우리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그때(열린우리당)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국민 앞에 조금이라도 오만이나 미숙, 성급함이나 혼란상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겸손하며 안정감, 신뢰감,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152석을 얻으며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 폐지·사립학교법 개정안·언론개혁법안·과거사 진상규명법안) 추진 과정에서 야당뿐 아니라 당내 분란이 심화돼 3년 만인 2007년 사라졌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투톱’이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를 꺼낸 배경엔 당 지도부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전날 당 지도부는 비공개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내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 친조국 성향의 당선인들은 공개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하는 등 검찰을 저격하고 나섰다.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 당선인들은 상시적 국민기본소득제, 탈원전 등을 주장하며 정부 정책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민주당 21대 총선 당선자 중 초선도 과반을 차지한다. 한 중진 의원은 “기쁘기는 하지만 질서 있게 여당 노릇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중구난방 각자 소신 발언을 하고 말실수가 잦아지면 당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