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로 인한 고용대란이 현실화됐다. 통계청은 17일 ‘3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266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9만5000명 급감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5월(24만명) 이후 10년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수치다. 기업의 무급 휴직 등이 폭증하며 일시휴직자도 역대 최대치인 160만7000명까지 치솟았다.
고용한파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에 가장 매섭게 불어닥쳤다. 도매·소매업(-16만8000명), 숙박·음식점업(-10만9000명), 교육서비스업(-10000명) 등의 일자리가 급감했다. 모두 대면 업무가 많고 내수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대면 접촉 업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 종사자들도 ‘일자리 절벽’에 내몰렸다. 임시 근로자는 지난달 42만명 줄며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2월(-44만7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일용 근로자도 17만3000명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33만6000명)을 제외한 전 연령층의 취업자가 급감했다. 20대(-17만6000명)와 40대(-12만명)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30대(-10만8000명), 50대(-7만5000명)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기업들이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도 줄줄이 연기된 탓이다. 일시휴직자는 통계에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실제로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시휴직자들은 대거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3월 실업자와 실업률은 각각 118만명과 4.2%로 1년 전보다 각각 1만7000명, 0.1% 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비경제활동인구’ 숫자가 1692만3000명으로, 2009년 5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주 초 고용 안정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가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적 총력 대응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고용 개선을 기대하기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카드 국내 승인액이 1년 전보다 4.3% 줄어들며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통계국도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