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조언자)’ 격인 조윤제(68) 전 주미대사와 주상영(56)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화위원으로 내정됐다.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금통위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신임 금통위원으로 조 전 대사와 주 교수, 서영경(57)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이 추천됐다고 16일 밝혔다.
임기 만료 금통위원 4명 중 고승범(58) 위원은 연임을 추천받았다. 1950년 금통위 출범 이후 금통위원 연임은 처음이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조 전 대사는 금통위 내에서 위원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에 맞먹는 존재감을 풍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고, 2017년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싱크탱크 소장을 맡았다.
현 정부 들어서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거론되다 주미대사에 임명됐다. 주미대사 역시 장관급 자리다. 2018년 이주열 총재 연임 전에는 신임 한은 총재로도 거론돼 ‘총재급 금통위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거시경제분과 의장을 맡은 대표적 소득주도성장론자다. 그는 조 전 대사와 함께 금통위와 정부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대사와 주 교수는 임명직 금통위원 5명 중 각각 정부 몫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명의의 추천을 받았다. 추천 과정에 청와대 입김이 적지 않게 반영됐으리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대한상의 회장 추천을 받은 서 원장의 내정으로 금통위는 사상 처음 여성 위원이 2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금통위원 7명 중 여성은 임지원 위원뿐이다. 서 원장은 1988년 한은에 입행해 국제연구팀장, 금융시장부장 등을 거쳐 부총재보를 지내고 퇴임한 한은 출신이다.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금융위 고위직을 지낸 고 위원은 2016년 4월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임명됐지만 이번에는 추천자가 한은 총재로 바뀌었다. 한은이 밝힌 금통위원 연임 결정 이유는 ‘통화정책의 연속성 확보’다.
통화정책 면에서 조 전 대사는 금융안정에 무게를 두는 ‘매파’, 서 원장과 주 교수는 완화정책을 추구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전임 4명 중 비둘기파가 2명(조동철 신인석)이었음을 감안하면 구성은 동일하다는 평기다. 다만 서 원장은 재계(대한상의) 몫의 금통위원이긴 해도 한은 출신이라는 특성상 ‘숨은 매파’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상황에서 금통위의 급선무는 금리를 얼마 낮추느냐보다 ‘시장 안정을 위해 될 때까지 손을 쓰고 있다’는 중앙은행의 의지를 시장이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박재찬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