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 의석을 포함해 180석을 얻으며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슈퍼 여당’이 됐다. 입법부의 권한 중 단독 개헌을 제외하면 못 할 일이 없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이런 의회권력 구도는 동시에 앞으로 슈퍼 여당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려놨다. 20대 국회에선 ‘발목 잡는 야당 때문에 못 했다’는 변명이 가능했지만 21대 국회에선 권한만큼이나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고, 진짜 실력 또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오전 선대위회의에서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를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의 지엄한 명령대로 코로나19와 경제 후퇴라는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며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겸허한 태도를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야말로 “꿈 같은 선거 결과”라며 감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한국 정치사에서 이런 성적표를 받아든 정당은 없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60% 이상 차지한 경우 자체가 없다. 1990년 여소야대 국면에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과 이른바 ‘3당 합당’을 통해 218석의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던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앞서 네 번의 선거에서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법권력까지 쥔 상황에서 일방 독주를 스스로 견제하며 국정을 운영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본격적인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총선 이후 당내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정부 후반기 청와대에서 당으로 권력의 축이 이동하고,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당청 갈등은 물론 당내 계파 간 분란이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대거 입성으로 당내 친문재인계가 커진데다 이낙연 선대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군을 둘러싼 세력 분화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80석 무소불위 권력으로 입법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과거 2004년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4대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과 충돌했다. 무엇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당청 갈등이 격화되면서 자중지란에 휘말렸던 전례는 뼈아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 간극뿐 아니라 지역주의, 지역구 내 분열까지 한국 사회의 갈라진 표심이 그대로 표출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 심판을 받은 보수 진영이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립된 채 남으리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모든 책임을 정부와 민주당이 고스란히 지게 된 것”이라며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사회 갈등과 양극화를 수습하고 이를 관리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택 4·15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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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