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재건은커녕 당장 당을 추스를 리더를 찾기도 어려워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황교안 전 대표가 15일 패배 책임을 지며 사퇴한 뒤 지도부 공백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가장 빠른 수습책은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우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당내 보수 궤멸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통합당에선 새 원내대표를 뽑아 당분간 당대표 대행이나 비대위원장 역할을 하도록 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통합당을 이끌 인물로는 주호영 정진석 의원, 서병수 전 부산시장,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를 달성하며 당내 최다선이 됐다. 주 의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을 재건해서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데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전당대회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크다.
조 최고위원이 당대표 대행을 맡을 수도 있다. 최고위원 중 이번 총선에서 생환한 사람은 조 의원 1명뿐이다. 황 전 대표뿐 아니라 심재철 원내대표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이 패배했을 때는 김무성 대표 사퇴 후 원유철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번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한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당선인이 통합당 재건 과정에서 역할을 맡으려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복당 절차를 서두르고 있는 이들은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 당선인은 “당으로 돌아가 큰 정치로 보수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탈당 출마자에 대한 영구 복당 불허방침을 밝혔었지만 이 가능성은 떨어진다. 총선 완패로 개헌 저지선(101석) 밖으로까지 내몰릴 뻔했던 통합당에선 “한 명이라도 아쉬운 형편”이라는 말도 나온다.
4선에 오른 권영세 박진 김기현, 3선의 김도읍 장제원 하태경 유의동 김태흠 성일종 조해진 당선인 등도 당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전망이다.
이번에 불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공개적으로 보수 재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했다. 중앙선대위 공식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지원 유세를 했던 유 의원은 책임론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 의원이 적극 지원했던 이혜훈 오신환 진수희 지상욱 이준석 후보가 서울 지역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탓이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며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 한 중진의원은 “(2022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선에 세울 참신한 인물뿐 아니라 대선 레이스를 뛸 만한 카드를 찾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간판급 인물들이 죄다 낙선한 탓”이라고 말했다.
당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시나리오가 거론됐지만 예상 밖으로 크게 패하면서 명분을 살리기 어렵게 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추스르는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며 부인했다. 당 관계자는 “원내 지도부를 꾸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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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