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일상생활이 완전히 무너진 국가에서 정치지도자의 지지율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은 일시적이며 지도자들은 위기 종료 후 유권자들로부터 지나간 피해상황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올랐다”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힘을 모으는 데 위기만한 것이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피해가 큰 나라에서 정권 지지율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명이 넘는 이탈리아에서 주세페 콘테 총리의 지지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7% 포인트나 오른 71%로 나타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고, 총리가 감염돼 병원 신세를 졌는데도 영국 정부는 최근 수십년 내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처럼 국가적 위기상황에 지도자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1년 9·11 테러 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51%였지만 9월 말 90%까지 올랐다.
NYT는 “대중은 혼란스럽고 두려움을 느낄 때 정부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민들이 자신과 정부를 동일시하게 되고 정부를 무기력한 상태로 두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사는 혼란이 끝나면 심판이 온다는 걸 또한 보여준다”며 “지도자들은 코로나 위기가 불러온 불평등과 실업, 부채 등의 이슈가 정치적 논란의 전면에 부각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나라도 있다. 취임 이후 지지율이 25%를 넘은 적이 없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지율이 59%를 찍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봉쇄 조치 연장 계획을 발표하자 지지율은 43%로 내려앉았다. 프랑스인들이 ‘정부는 왜 팬데믹에 아무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로빈 니블렛 소장은 “국민들은 위기상황이 끝나고 그동안 치른 대가를 깨닫는 순간 누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할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을이 오면 지도자들은 지난 위기에 대한 ‘계산서’를 받아들고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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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