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 띄워… LG화학·SK이노 ‘배터리 인력’ 유럽 급파

입력 2020-04-17 04:03
LG화학이 오는 17일 증설이 진행 중인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기술인력 200명을 급파한다. 증설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LG화학이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에 기술자 200명을 급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힌 하늘길에 특별기를 띄워 유럽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7일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 200명의 기술인력을 폴란드 브로츠와프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파견한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15일 자국 거주증이 없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경 조치에 들어갔다.

폴란드 정부는 LG화학의 인력 급파를 허용하면서 현지 격리를 강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출발 전 국내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통과하면 현지 도착 후 14일의 격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LG화학은 유럽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폴란드 배터리 공장을 증설 중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폴란드 공장 증설을 위해 6430억원을 지원받았다. 증설이 완료되면 전기차 100만대에 해당하는 규모인 70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LG화학은 폭스바겐, 아우디, 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5일 전세기를 띄워 300명의 기술 인력을 헝가리에 보냈다. 코마롬 2공장 현장에 투입해 증설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2공장이 완성되면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공장에서 연간 16.5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헝가리 괴드에 공장을 둔 삼성SDI도 인력 파견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19 확산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파견은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수요가 위축된 것 맞지만 유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완성차 공장의 셧다운으로 배터리 수요가 잠시 감소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끝나고 수요가 급증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 판매량이 내년 529만대, 2022년 710만대, 2023년 915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 유럽자동차부품공업협회, 유럽딜러협회 등이 EU에 이산화탄소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유럽의 전기차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해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