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와이파이, AI인력 양성… “재탕 공약” 여당 압승에 ICT업계 우려

입력 2020-04-17 05:01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공약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효성이 크지 않거나 ‘재탕’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대표 ICT 공약인 ‘무료 와이파이 확충 방안’은 국민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연내 공공장소에 1만7000여곳의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2022년까지 총 3만6000여곳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16일 “이미 서울 주요 도심에는 공공·민간이 구축한 와이파이가 상당수 갖춰 있어 공공기관 위주의 와이파이 확충으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이파이 사용량은 감소 추세인 반면 LTE·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증가 추세라는 점도 의문을 더하는 요소다.

시설 구축비용 지출에도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3년간 총 5780억원을 1대 1 비율로 부담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통사가 5G 인프라 구축에 높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추가 비용 지출은 부담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공세에 국내 기업이 맞설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공약도 있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해외 서비스가 국내 사업자에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등의 부당한 수익 배분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자에게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정보통신망 이용대가를 부과하게 하고, 국내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공약의 골자다. 다만 넷플릭스가 최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대신 소송에 나서면서 해외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인공지능(AI) 기술 퍼스트 무버’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AI 국가전략’과 대부분 겹친다. 민주당은 전문 고급인력 양성과 대학의 관련 학과 및 정원 확대를 약속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총선 직후 AI 대학원에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양대 3개 대학을 신규 선정했다고 발표하는 등 여당과 합을 맞췄다. 하지만 관련 개별 정책이 선언적인 내용에 그치고,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정국 주도권을 쥔 여당이 ‘포퓰리즘성 공약’보다는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등 재정 지원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ICT 공약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양상”이라며 “코로나19 국면 극복에 ICT 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당장 관련 기업을 옥죄기보다 공동과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