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됐으나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길을 터준다는 제도의 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했다.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출현한 것이 제도의 취지를 비껴가는 ‘꼼수’였기 때문에 결과도 왜곡되고 만 것이다. 비례위성정당이 없다고 가정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산출하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 의석은 이번 총선에서 실제로 얻은 것보다 줄어드는 반면, 정의당과 국민의당의 비례 의석은 많이 늘어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석,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얻었다.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각각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비례위성정당(시민당·한국당)이 없다고 가정하고 정당투표율로 계산하면 민주당 비례 의석은 6석, 통합당 12석, 정의당 12석, 국민의당 10석, 열린민주당은 7석이 나온다. 정당득표율(33.3%)보다 지역구 확보 비율(64.4%)이 높은 민주당은 11석 감소하고, 두 비율이 엇비슷한 통합당은 7석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확보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은 각각 7석, 7석, 4석이 증가하게 된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만든 열린민주당까지 비례위성정당으로 보고 제외하면 소수 정당의 의석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민주당 7석, 통합당 14석, 정의당 15석, 국민의당 11석으로 계산된다. 이번 총선 결과와 비교해보면 민주당의 전체 의석 비율이 4% 포인트, 통합당은 1.8% 포인트 감소하고, 정의당은 3.3% 포인트, 국민의당은 2.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표심의 왜곡이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비례위성정당 의석수가 모(母)정당의 지역구 의석수와 연동되지 않고 계산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겠다는 제도여서 비례 의석수는 각 당의 지역구 의석과 연동돼 산정돼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지 않은 이전 선거법 하의 상황보다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 총선 정당득표율에 이전 선거법을 적용해 비례 의석을 계산하면 더불어시민당 17석, 미래한국당 17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4석, 열린민주당 3석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총선에선 미래한국당이 2석을 더 가져갔고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1석씩 줄었다. 결과적으로 선거법 개정 취지가 무색하게도 이전 선거법보다 양당 체제 강화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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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