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건씩 사고판다”… 치솟는 금값에 개미들 ‘폭풍 관심’

입력 2020-04-17 05:01

“요즘은 하루에 100건씩 사고파는 것 같아요. 30~40년 전에 샀던 금이 100배 올랐다면서 팔러 오신 분도 있다니까요.”

16일 서울 종로구의 금 전문 유통업체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만난 직원 김모(47)씨는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거래량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금 액수로 따지면 매도와 매수 비율은 반반 정도”라며 “사는 손님 중에는 투자 목적으로 대량의 금을 한꺼번에 매수하는 ‘큰손’이 대부분이고, 파는 사람들은 이 기회에 용돈벌이나 생활비에 충당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의 금 거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71% 오른 6만8220원에 마감됐다. 이로써 국내 금값은 지난 10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재 금값은 2014년 3월 KRX 금시장 개장 이후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다.

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자 개인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결과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주요국의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통화정책으로 인한 ‘저금리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2011년 금과 은 가격은 각각 1.7배, 4.4배 상승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 폭등’은 금 거래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KRX 금시장에서 거래량은 2468.4㎏으로 전월 대비 45.6% 증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매수도합계가 3486.103㎏이었다. 시장 참가자 중 거래 비중이 70.6%이며, 전월보다 8.4% 포인트 오른 것이다. 기관·외국인의 거래 비중은 18%, 실물사업자는 11.4%로 각각 4.8% 포인트, 3.6% 포인트 줄었다.

다만 한국금거래소와 같이 대량의 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곳에서 거래는 늘었지만, 금 소매상들은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종로구에서 결혼 예물 전문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45)는 “지금 가격에 금을 사려는 사람이 있겠나. 이전에 예약된 주문마저 다 취소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종로3가 금은방을 찾는 손님 자체가 줄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귀금속 판매업체 사장 B씨(50)는 “요즘 금값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서 중량이 가벼운 금반지 등을 주로 권하고 있다”며 “어차피 금값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 같은데, 살 거면 지금 사는 게 낫다고 말씀드리기도 한다”고 했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