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야 한다”… 정유·화학업계 가동률 조정

입력 2020-04-21 18:37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인해 경영 위기에 직면한 정유 화학업계가 가동률 조정과 생산중단을 불사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20일 정유 화학업계 따르면 국내 정유 화학업계는 저조한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료비를 제외한 값) 감소와 글로벌 수요 감소에 하반기 예정됐던 정기보수를 앞당기거나, 일부 공정을 중단하며 생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제2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통상 하반기에 진행해오던 정유공장의 정기보수를 앞당겨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시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계획한 보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S칼텍스 역시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정기보수에 들어간 여수공장은 글로벌 정유공장 중 단일 규모로 4위인 시설이다.

이들 기업이 가동률을 낮추거나, 대보수를 앞당기는 이유는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바닥을 기면서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황이 나쁠 때 공급을 조정해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가동 중단과 감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나프타로 기초 원료인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PO(산화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업계는 생산에 필요한 원유가의 하락은 보편적으로는 수익 개선 효과를 얻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 분쟁에 더해 최근 코로나의 확산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SK종합화학은 최근 SK 울산CLX 내 NCC(Naphtha Cracking Center, 제1 나프타분해공정) 공정과 EPDM(Ethylene-Propylene Diene Monomer, 합성고무 제조공정) 공정의 가동을 올해 12월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NCC 공정은 1972년 상업 가동을 개시해 연간 20만톤 규모의 국내 최초 나프타 분해 공정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효시다. 공정이 중단되면 SK종합화학의 에틸렌 연간 생산량은 87만톤에서 67만톤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울산공장 내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의 가동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파라자일렌(PX) 공정의 가동률 하향 조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수요침체에 이어 국제유가 변동 등 복합적인 대외변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마다) 다양한 생존전략을 고민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중권 쿠키뉴스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