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난지원금 수표에 내 서명 넣어라”… 생색내기 논란

입력 2020-04-16 04:05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긴급부양책으로 마련한 ‘1인당 1200달러(약 146만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급 수표에 자신의 서명을 넣으라고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재무부가 재난지원금 수표 메모란에 ‘대통령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서명을 각인해 배부하도록 국세청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행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 결정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원금에 서명할 것을 비밀리에 제안해 동의를 얻었다.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이 배부하는 교부금에 대통령 이름이 새겨지는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금 환급금, 경기부양금 등 국세청이 지급하는 그 어떤 교부금에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18년간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은퇴한 니나 올슨은 “세금과 관련한 것들은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 이는 매우 간단한 원칙”이라며 “트럼프의 이번 지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올슨은 그러면서 “2001년 부시 행정부 당시 경제 호황의 성과를 국민과 나누자는 취지에서 환급이 이뤄졌을 때는 ‘당신의 세금을 돌려드립니다’는 문구를 넣자는 백악관 요청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WP는 이번 조치를 두고 트럼프가 팬데믹에 대응한 경기부양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서명 추가 결정에 국세청에는 비상이 걸렸다. 재난지원금 수표 제작의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정보기술팀 실무진은 트럼프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프로그램 코드를 수정하고 시스템을 점검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시한이 임박해서 요구가 들어온 탓에 수표 지급이 수일가량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미국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미 시작됐다. 총 1억5000만명이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1년에 7만5000달러까지 버는 독신자들은 1200달러의 지원금을 받는다. 1년에 15만달러까지 버는 결혼한 부부는 2400달러를 받는다. 17세 미만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1명당 500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국세청은 세금 신고를 한 전력이 있는 시민 8000만명에게 세금을 내는 은행계좌로 돈을 지급하고, 계좌정보가 없는 7000만명에겐 수표를 발행해 우편으로 발송할 계획이다. 이 수표에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