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 총선거가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투표율은 1992년 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감염 우려 속에서도 차분하게 참정권을 행사했다. 손세정제를 바르고 양손에 비닐장갑을 낀 뒤 발열 체크까지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 가족의 걱정에도 투표소를 찾은 90대, 먼 뱃길을 마다치 않고 투표한 유권자들도 있었다. 자가격리자들도 투표에 참여했다.
외신들도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후 가장 큰 선거가 한국에서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선거가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방송 BBC는 “한국이 팬데믹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평했다.
이번 투표 결과로 정당 간 승패가 갈렸다. 하지만 선거 최고의 승리자는 다름 아닌 시민정신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시민의식은 특히 빛을 발했다. 기꺼이 방역수칙을 따랐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마스크와 성금을 보내거나 착한 소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의료진들도 팔을 걷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신속 진단키트, 드라이브스루 같은 창의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면 늘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 왔다. 훌륭한 시민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귀한 국가 자산이다. 시민정신은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이후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런 훌륭한 자산을 정파 이익으로만 치환하려는 정치세력들은 이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빼어난 시민정신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설] 코로나 총선, 시민정신이 진정한 승리자다
입력 2020-04-16 04:03